개똥/ 복효근
술속이 개똥같던 아버지 가신 뒤 적막한 그 자리 홀로 지키
는 어머니 위하여 개 한 마리 갖다 드렸다 뭘라고 개는 가져
왔다냐 잡아묵도 못 할 놈의 것 똥쌌쌓고 냄새나는디 푸념이
시다 안다 정드는 게 겁나는 거다 하지만 손자 같은 막내 집
에 하루만 떠나와 있어도 개밥 때문에 갈 길 서두르신다 걱정
하던 개똥은 곱게 모아 흙조차 두엄조차 비료포대에 담아 푹
삭혀 봄이면 텃밭에 거름으로 낸다 자식들 찾아갈 때마다 비
닐 봉다리 봉다리 싸주시는 푸성귀가 정작은 그 개똥으로 빚
은 것일지라 상추며 아욱이며 열무 부추..... 그속에서 말갛게
들려오느니 아, 푸르도록 정정한 목소리 같은 것 술 깬 뒤 다
시 청청한 헛기침 소리 같은 것, 그런 날은 깨똥같은 아버지
술속도 그리워 개똥같았을지라도 개똥밭이었을지라도
-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시와 시학, 2000)
- 우리 카페 '시하늘 좋은 시(2010.5.16)'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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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한 약속
사랑한다
잘 하겠다
그리고 스스로와의 약속
술 먹고 개똥처럼 행동했던 것
내 동생의 별명은 개순이였다
집 안에 없으면 마당의 개와 놀고 있고
개가 아프다고 배낭에 업는,
동네 떠돌이개들의 대모였다
혹시 누가 개를 구박하면
개도 사람인데 그러지 마세요
큭큭
진돗개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언약의 말 없어도
깊이 배인 충성심을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여러 번,
나만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왜 어머니는 뭘 드리면
대부분 말라꼬? 그러시는가?
'정드는 게 겁나는 거다' 시인이 알려준다
솔직한 성격의 내가 그걸 헤아릴 리가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편한 부모의 마음을 모르니......!
별 '개똥'같은 것 다 모아서 소중히 갈무렸다 주시는,
오래된 어머니들의
'개똥'같이 푹 삭은 마음
좋지 않은 것 타지 말라고
부르던 '똥개야!'
똥개밭
유일하게 지켜낸
어머니의 비료 냄새!
물끄러미 그녀의 내음을 맡는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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