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배후/ 이상국
좋아하는 계집아이네 집 편지통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던져 놓고
멀리서 지켜보던 때가 있었다
나는 카드를 따라 그애의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해가 져도 그애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는
언젠가 그 애가 멀리 시집 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애들은 그렇게 시집을 갔다
아주 많은 세월이 지났고
또 나는 그애의 무엇 하나 건드리지 않았지만
사철나무 울타리에 몸을 감추고
누군가를 기다리던 한 소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리다
-시집『뿔을 적시며』(창비, 2012)
.............................................................................................
작년 이맘 때 본
당신을 보고 싶어요
옆에만 있어도 좋아요
그러다 보면...... 닿고 싶겠지요
조금 더 가깝고자
몸과 마음이 저절로 달아오르며 열리겠지요
당신의 눈빛도 강렬했어요
집도 몰라요. 알아도 깊어지면 안 되는 사이이기에
우리 인연이라면 수년 후에 만나요
나는 더 중후해질 테고,
사랑의 영원한 언약도
가능하지 않을 테지만
그런 생생함 또 느끼고 싶어요
더 건드려주세요
깊숙이 들어오세요
내가 딴 생각 안 하도록
나를 차지해 주세요
스스로 보잘 것 없어 '아리'지만
당신은 나의 가깝고도 '먼 배후'에요
나의 님들은
뭔가 비싸고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요
스쳐 가기도 하고
마음에 품으면 안 되는 사이이기도
정작 마주하면
너무 다소곳해져서
다가서지도 못 해요
여자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데......
온 세상이 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
그를 따라
지옥으로 들어갈 만큼 매료되요
한 시간을, 한 주를
서성인 당신은
끝이 없어서 완전한! '아리'고 애틋한!
'먼 배후'에요
- 김선아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정일근]바다가 보이는 교실10 (0) | 2013.09.09 |
|---|---|
| [스크랩] [김명인] 심청 누님 (0) | 2013.09.09 |
| [스크랩] [복효근] 개똥 (0) | 2013.09.09 |
| [스크랩] [이수산] 문을 열어봐 (0) | 2013.09.09 |
| [스크랩] [유자효] 詩 (0) | 2013.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