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명인] 심청 누님

문근영 2013. 9. 9. 18:12

심청 누님

 

김명인

 

 

입 하나 덜려고, 동생들 학비 보태려고

식모살이며, 가발공장에, 방직기 앞으로 달려갔던

그때 누님들 어떻게들 지내시나, 무얼 하며 사시나

마주앉은 심청 하나는 어느새 일흔

흘러넘치는 눈꺼풀이 시야를 다 가렸는데

사촌 누님은, 그래도 그때가 정겨웠다고

세상없이 씩씩했었다고,

독거가 인당수처럼 입 벌린

저 구부정한 안방 속으로

절뚝거리며 건너가야 할 남은 세월은, 어쩌자고!

 

 

 

-출처 : 『시로여는세상』(2011.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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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누님은 우리나라 역사상

아주 소중한 역할을 한 노동자 신분이다

1960년대 가난한 나라의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

정부주도의 일터로 나갔던

효성이 넘쳤던 여인들이다

도시로 나가 식모살이로 입을 덜고,

동생들의 학비를 벌려고

가발공장이며 방직공장에 다녔던 ‘사촌 누님’ 같은

여인들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온몸으로 기여한 그 누님 같은 노동자들

지금도 우리 곁에 같이 살고 있다

신나게 잘 살고 있는 몇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이 혼자거나 힘겹게 살아가는 시민으로 전락해 있는

아픈 현실을 화자는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아픔을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독거가 인당수처럼 입 벌린

저 구부정한 안방 속으로

절뚝거리며 건너가야 할 남은 세월은, 어쩌자고!‘

화자는 ‘사촌 누님’ 같은 여성들을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같은 딸들로 여기고

외면하지 않고 품는다

그 심청이들은 어느새 일흔이 되어 있단다

그래서 ‘절뚝거리며 건너가야 할 남은 세월’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이런 흔적을 찾아서 국가가 발 벗고 나서 도와야 한다

지금 우리가 잘 살고 있는 그 기저를 묵과해서는

국민이라고 할 수 없다

노력 없이, 봉사 없이,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바라는 복지는 그냥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합당한 일거리를 만들어 일하게 하고

그에 맞게 가치를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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