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홍성란] 해우소

문근영 2013. 9. 9. 18:13

 

홍성란

 

 

어쩌다 너를 적시고 가는 산들바람에

 

웃음 절로 입가에 번질 때 그때처럼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니

홀로 환한 천지간

 

 

- 홍성란 시조집 『춤』(2013, 문학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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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45자의 단시조이면서 큰 우주를 다 품고 있는, 그러면서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시이다.

 

북평 5일장이 서는 장터에 자주 가는 장칼국숫집이 있다.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장날과 점심시간을 피하는 그 집 벽에

多不有時, 加不之馬, 라는 글이 적혀 있다. "W · C에서는 까불지 마" ?

웃음 절로 입가에 번지게 하는 재미있는 글이다. 

불가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한다. ‘근심을 버리는 곳’ 이라는 뜻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천지간이 환해지는, 그리하여 홀로 기쁜 나만의 작은

공간이다.

 

푹 삭인 똥과 오줌으로 거름을 만들어 그 거름으로 무공해 먹거리를 키우고

그 양질의 먹거리를 먹은 사람들이 다시 거름을 생산하는 순환……. 

어차피 저승 갈 때 가지고 갈 것 하나도 없을 텐데 하나씩 또 하나씩 버리고

비우는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

 

<춤>22쪽에서 한참을 멈추었는데 번쩍 하고 글 하나가 떠오른다. 

김영주 시인의 <多拂有詩>이다.

 

국밥집 한 모퉁이 손바닥만 한 문짝 위에

많을 다, 떨칠 불, 있을 유, 시 시라니...

한참을 더듬던 생각

다.불.유.시

아! WC

 

(김영주 시인의<다불유시多拂有詩>  셋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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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 년 전

영월에 갔다가

품에 안겨버린 바로 그 집.!!

 

비움

 

 

                            김 영 철

 

 

부질없는 심술, 욕심

끝내 안고 갈 텐가

 

부리면 화가 되고 버리면 고요한 것

 

민둥산

오르기 전엔 내려놓을 일이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영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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