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송승언] 여름

문근영 2013. 9. 10. 14:34

  여름
 

  송승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거나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마른
입술을 통해 겨울이 왔다 나는 장롱을 뒤져 목을 묶는 생물을 찾았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습관을 버렸다 네가 온 벤치 하
나 네가 오지 않은 벤치 하나 발목 잘린 벤치 하나 온통 하나뿐인 공
원에서 왜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네 입을 벌렸다 그것은 꿈틀거리고 있었다 쓸모가 없었고 살아 있었
다 내가 온 벤치에 너는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둘일까 목이 막혔다 개별적인 나무에서 개별적인 꽃
이 피었다

 
  얼어붙은 호수에서 너를 찾았다 너는 없고 너의 표정만 갈라지고 있
었다 목이 막혔다
 

  얼음 깨지는 소리, 벤치로 왔다 나는 땀을 흘렸다

 

 

 

―『현대문학』(201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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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을 뒤지면 목을 묶는 생물이 있을것인가

장롱 속엔 온통 무생물일진대

거기에서 생물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

바로 시인일 것이다.

 

온통 넘쳐나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하나 뿐, 내지는

둘 뿐이었다는 결핍의 생각이 드는 건

잃어버린 봄에 대한 미련이어서일까

봄 같지 않던 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제 경건한 자세로 여름을 맞아야 하는 것

 

어디든 네가 있고

어디든 내가 없기도 하는

그러나 그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끼는 우리

어제가 곡우와 소만의 사이에서 안절부절하는 立夏라 했다

여름이 다가설수록 입술이 마르는 우리

그 무엇에 목마름이 간절해지는 우리

 

또 다른 내일을 꿈꾸느라

목이 막히는 모든 이들에게

소나기 한줄기 시원하게 쏟아지기를...

 

장롱 속에서 목 묶을 생물이나 찾아봐야겠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솜나리/박숙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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