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모든 저녁은 슬프다
우대식
지옥을 유예하는 꿈을 꾸었다
내가 원한다면 다음 생애를 이어가며
지옥을 영원히 유예할 수 있다는 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영원 너머 한 번은 그곳에 가야 한다는
괴로움에 몸을 떨었다
지상의 소시민이
이렇듯 큰 생각을 하며
지옥 아래 마을을 떠돈다는 사실이
조금은 쓸쓸했다
추운 겨울 저녁
들기름 바른 김을
숯불에 굽던
옛집으로 돌아가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눕고 싶다
오한 속에서 만나는
지옥의 야차와 일대의 싸움을 끝내고
오랜 잠을 자고 싶다
겨울날의 모든 저녁은 슬프다
봉당에 켜진 알전구처럼
겨울날의 모든 저녁이 나를 기다렸다
-월간『유심』(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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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들기름 발라 석쇠에 얹어
아궁이에서 갓 꺼낸 숯불 위를 두어 번씩 뒤집으며
김을 굽던 유년의 기억 한자락을 무릎 앞에 불러 앉힌다.
그 고소함을 생각하니 괜히 침샘을 건드렸나 싶다.
나 또한 삽작문 밀치고 마당을 가로질러 댓돌 위에 고무신 벗어놓고
까맣고 빨갛던 이불 홑청에 꽤나 무거워서 숨이 막히던
그 솜이불 한 번 덮어보고 싶고
바람 일면 꺼져버릴까
앉았다 섰다 하기가 미안했던 호롱불을 밀쳐내고
마루 끝에 매달렸던 30촉 알전구의 따스해 보이는 불빛을
꽃이 만발이어도 손발 시리고 저린
나를 포함한 우리네 소시민들의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
슬프지 않고
쓸쓸하지 않는
아직은 저 멀리 비켜 서 있는
2013년의 겨울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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