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나태주] 황홀

문근영 2013. 9. 7. 15:30

황홀

 

나태주

 

 

시시각각 물이 말라 졸아붙는 웅덩이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오직 웅덩이를 천국으로 알고 살아가던

송사리 몇 마리

파닥파닥 뛰어 오르다가 뒤채다가

끝내는 잠잠해지는 몸짓

송사리 엷은 비늘에 어리어 파랗게

무지개를 세우던 햇빛, 그 황홀.

 

 

 

-출처 : 『유심』(2011.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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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체험한 사람이 쓴

유언장 같은 시다

시내를 관통하는 개울을 따라 가다보면

문득 개울가의 물 웅덩이를 만나게 되는데

물이 말라, 죽어가는 송사리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화자는 죽음을 경험한 터라

죽어가는 송사리가 마치 자신의 처지만 같아서

그만 감정이입이 되어 이런 시를 낳았을 것 같다

 

그만큼 아프고도 처절한 시라 할 수 있다

 

웅덩이에 물이 늘 공급되면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물이 말라가는 상황이면

목을 조여오는 죽음의 덫을 경험하는 것 같아서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파닥파닥 뛰어 오르다가 뒤채다가'

이 표현에서는 삶에 대한 간절한 갈구마저 보인다

그런 노력에도 '끝내는 잠잠해지는 몸짓'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으로 이르는 모습에서 황홀이라니

그저 죽는 죽음이 아니라

살려고 발버둥쳤던 것이고

그 죽음에서 보게된 비늘에서의 무지개

어쩌면 잘 살다가 죽어간 축복받은 삶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햇빛은 영원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 것이고

그 상황에서 죽음을 경험한 화자가 느꼈던 것이 바로 황홀이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있다는 것이 황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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