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
나태주
시시각각 물이 말라 졸아붙는 웅덩이를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오직 웅덩이를 천국으로 알고 살아가던
송사리 몇 마리
파닥파닥 뛰어 오르다가 뒤채다가
끝내는 잠잠해지는 몸짓
송사리 엷은 비늘에 어리어 파랗게
무지개를 세우던 햇빛, 그 황홀.
-출처 : 『유심』(2011. 1/2월)
---------------------------------------------------------------------------------------------------
죽음을 체험한 사람이 쓴
유언장 같은 시다
시내를 관통하는 개울을 따라 가다보면
문득 개울가의 물 웅덩이를 만나게 되는데
물이 말라, 죽어가는 송사리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화자는 죽음을 경험한 터라
죽어가는 송사리가 마치 자신의 처지만 같아서
그만 감정이입이 되어 이런 시를 낳았을 것 같다
그만큼 아프고도 처절한 시라 할 수 있다
웅덩이에 물이 늘 공급되면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물이 말라가는 상황이면
목을 조여오는 죽음의 덫을 경험하는 것 같아서
여간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파닥파닥 뛰어 오르다가 뒤채다가'
이 표현에서는 삶에 대한 간절한 갈구마저 보인다
그런 노력에도 '끝내는 잠잠해지는 몸짓'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죽음으로 이르는 모습에서 황홀이라니
그저 죽는 죽음이 아니라
살려고 발버둥쳤던 것이고
그 죽음에서 보게된 비늘에서의 무지개
어쩌면 잘 살다가 죽어간 축복받은 삶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햇빛은 영원으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한 것이고
그 상황에서 죽음을 경험한 화자가 느꼈던 것이 바로 황홀이다
자신이 지금껏 살아있다는 것이 황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스크랩] [허만하] 높이는 전망이 아니다 (0) | 2013.09.07 |
|---|---|
| [스크랩] [강인한] 봄날 (0) | 2013.09.07 |
| [스크랩] [나희덕] 욕탕 속의 나무들 (0) | 2013.09.06 |
| [스크랩] [배한봉] 궁리 (0) | 2013.09.06 |
| [스크랩] [김수복] 달의 눈빛을 보았다 (0) | 2013.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