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천수호] 인기척

문근영 2013. 9. 5. 10:24

인기척/ 천수호

 

 

 

갓 결혼한 신부가 처음 여보, 라고 부르는 것처럼
길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 불쑥 봉분 하나 나타난다
인기척이다
여보, 라는 봉긋한 입술로
첫발음의 은밀함으로
일가를 이루자고 불러 세우는 저건 분명 사람의 기척이다
기어코 여기 와 누운 몸이 있었기에
뒤척임도 없이 저렇게 인기척을 내는 것
새 신부 적 여보, 라는 첫말의 엠보싱으로
저기 말랑히 누웠다 일어나는 기척들
누가 올 것도 누가 갈 것도
먼저 간 것도 나중 간 것도 염두에 없이
지나가는 기척을 가만히 불러 세우는 봉분의 인기척

 

 

 

 

―『시와 사람 』(2010. 봄)

.. ... ... .... .... .. ....... ......... ...... ...... .


직장일이 몰린 주간
떨어진 옆 공간에서도 '인기척'이 있을 때의 느낌

그 땐 미안했다고
일 년도 더 지난 일을
술기운에 말해주는 따뜻함

외국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보내는 생일축하엽서
생일축하전화
유럽에서 한국빵집에 전화하여서 배달해 온 케익과 샴페인

그 외의 굵직한 '인기척'들.......

시인이 말하는 '인기척'은

살면서 새롭게 접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여'봉!

'봉긋'!

'엠'봉'싱'!

 

'봉분'에서 "처음"과 "새로움"을 끌어낸 이 시로

오늘이 더 수줍고 환하다

다시 태어난 기쁨으로!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