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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임채성] 컵, 깨어지다

문근영 2013. 9. 5. 10:24

컵, 깨어지다/ 임채성

 

 

 

그녀의 가슴팍엔 늘 빗장이 걸려 있다

내 사랑의 눈길마저 한사코 거부하는

A컵의 단단한 결빙,

겨울이 되우 길다

 

앞섶이 부풀수록 숨소리도 봉긋해지는

호크와 와이어로 쌓아올린 시한부 평화

B컵의 스펀지 성채,

비로소 꽃이 핀다

 

방사선이 그려 놓은 폐경기의 젖줄들을

봉분 속에 부장하며 그 위에 떼를 입힌

C와 D 꿈의 살피에

신기루의 컵이 있다

 

 

 

 

-『시조세계』(2013. 봄호)

- 우리 카페 '시하늘- 시조의 멋과 향'(2013.3.26) 게시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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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대 초반부터 늘 '컵'을 부착하고 있다.

50살 즈음이 되어서 신체적인 여성성이 약해지면 안 번거로워지겠지 생각했었다

 

나는 20대 중반부터 늘 전화기를 휴대하는 편이다

언제 받아도 반가운 목소리들이 그것의 가치를 높인다

 

나는 20대 후반부터 맘 잡고 늘 출근을 하는 편이다

해마다 양심을 두드리며 지난해가 부끄럽다

 

나는 30대 중반부터 늘 기호품을 들고 다닌다

집착과 중독인 거, 인정한다

 

컵은 70년 안에는 문드러질테고

전화기는 폐전자제품 더미에 있을테고

차는 내 몸의 정기를 도와서

늘 하는 직장 일과 시날개짓과 소통 등을 도와 준다

내가 꽃인지도 몰랐다가

부끄럽게 피어났었고

언제 오므리고 언제 C컵이 되어야 할 지

혼란의 봄바람을 맞고 있다

꽃이 지고 컵이 없어질 때까지

나는 늘 숨을 쉬고

나는 일요일에는 늘 성당에 가고

나는 늘 날마다의 경전을 읽고

나는 늘 사람들과 어울리겠지

'신기루' 같은 내가 '깨어'지는 날

'빗장'이 풀리고

너무 커서 치수가 없는 컵 속을

고요히 헤엄치겠지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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