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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설야]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그었을 때

문근영 2013. 9. 5. 10:23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그었을 때/ 이설야

 

 

 

성냥 한 개비를 켜면

눈먼 어린 소녀가 덜덜 떨며 울고 있습니다

 

성냥 한 개비로 촛불 하나를 켜면

거기 망루에 얼어붙은 다섯 그림자가 상여를 밀어 올리고

 

또 성냥 한 개비 그어 촛불들을 옮겨 붙이면

높은 사다리 위에 선 그녀가 멀리 타전하고 있습니다

 

금 간 벽에 부러진 성냥 한 개비 긋자

벽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사람들

붕대를 감은 그림자들이 재개발 상가 입구에 멈추고

성냥개비를 입에 문 늙은 소년들이 지하도로 숨다가 멈추고

꽃들이 피다가 멈추고, 새들이 날다가 멈추고

돌아보니 아무도 없고, 저 혼자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벽 속을 뛰쳐나와 누군가 마지막 성냥을 그었을 때

저기 멀리 불붙는 광장에 눈먼 소녀 머리카락이 보일락 말락

 

 

 

—앤솔로지『2012 젊은 시』

- 우리 카페 '시하늘' 좋은 시(2012.12.25) 게시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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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좀 더 많은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성냥 파는 소녀가 성냥을 피우고 환상 속에서 죽는 장면을 읽고

가슴 터지도록 슬펐던, 소중한 기억!

 

지금 생각해보면

성냥팔이 소녀는 기쁘게 죽어갔습니다.

힘든데 기쁘고!

죽는데 사는 것은

질리지 않는,

나를 무한으로 이끄는 주제입니다

크리스찬들은 오늘부터 극도의 슬픈 길을 지나

다음 주말에는 새로움의 환희를 축하하게 됩니다 

 

나는 매일 성냥 한 개비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씨불을 지피고

세상의 아이러니를 다 설명해 주는 경전으로,

그 세계를 더듬는 시로

쭈그린 몸을 매일 데웁니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만

유일하게! 사랑을 할 때 고통은 기쁨이 됩니다

춥고 벌거벗고 가난하고 갈 곳 없고 아무도 보살피지 않는,

극도의 고통에 있는 사람들은

마지막의 소중함 때문에 

'성냥' 한 개비가 만들어 내는 환희의 '광장'을 보게 됩니다

 

마지막이라는 영원을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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