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안명옥
놀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집 쪽으로 다급하게 몰고 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움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저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 지도 모를 것을
지금 내게 가장 급한 것은 오줌을 누는 일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게 쏟아내는 일,
그리하여 다시 오줌이 마려워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변기가 아닌, 이렇게 아파트 단지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몰래 오줌을 누는 일이
일탈의 쾌감이 내川를 이뤄
이렇듯 밤의 대지를 뜨겁게 적실 수 있다니,
어둠 속에서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내 엉덩이가 달이 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른다
-시집『칼』(천년의 시작, 2008)
-우리 카페 '시하늘'(2013. 3. 9) 게시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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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와서
감탄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무료로 휴지가 비치된, 깔끔한 화장실을
어디에서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 갔을 때
화장실 이용을 위한 동전을 허겁지겁 찾아서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곳에
동전을 넣는 절차를 거치느라
동동거렸던 것이 생각난다
성욕, 배설욕
이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것들 중 하나이다
소변이 잘 안 나와서 힘을 과하게 주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다
오줌 잘 누는 게 얼마나 큰 복이랴
병원에서 오줌양, 똥양을 매일 체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카는 기저귀에 코를 갖다 대고
"찌릉내 나네~" 하는 말에 꺄르르 넘어간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의 아이들에게
똥이야기는 흥행률 보장인 주제이다
여름안개님이 처음 알려준 급똥 오브 레전드 덕분에
배꼽 빠지도록 웃었으니 어른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자연이 화장실이 되는 상황에서
소나무향과 풀냄새를 맡으며 즐기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명상의 순간이 된다고나 할까
잠시 내가 소나무가 되고 풀잎이 되는 그 순간
혼자만 짜릿하기에 몹시 아까운 그 순간을
'대지와의 정사'로
포착해 준 시인 덕분에 아랫배가 후련하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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