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윤석산
낙상(落傷)
마누라가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낙상을 했다.
오이지통을 들고 냉장고로 가다가 그만 계단에서 미끄러져
넘어졌고
대마도 여행을 갔다가 오는 날 호텔 복도에서 넘어졌다.
한 번은 인대를 다치고, 한 번은 다리가 골절됐다.
넘어져도 오지게 넘어진 거다
삼십 년 넘게 같이 살면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버티다
그만 한 달 새 두 번이나 넘어진 마누라
어디 그간 다리만 부러졌겠는가,
어디 그간 인대만 파열되었겠는가.
오지게 넘어지고 싶은 날도 많고 많았겠지만
오지게 버티고, 버티다
이제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 그만 한 달 새
두 번이나 넘어지고 말았다.
오이지나 담그며 보낸 세월이,
그래도 대마도나마 여행을 할 수 있는 날도 있기에
버티고 버티던 날들이 그만 넘어져
인대가 파열되고 다리가 부러지는 낙상
낙상,
어쩌면 원근의 풍경 그 너머
스스로 견뎌내어야만 했던
우리의 쓸쓸한 오기였는지도 모른다.
ㅡ출처 : 문화저널21
-우리카페 시하늘 실시간 게시물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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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나타나고
해야할 큰 숙제처럼
다리에 모래 주머니를 단 것 같았던,
아버지의 부상이
죄송스럽게 익숙해졌다.
주변에 아픈 사람으로 인해
생활이 바뀌기도 하고,
부상은 한 순간이지만
평생 함께 가야할 친구가 된다
딸 집을 청소해 주시다가 다치시는 어머니들
수없이 무거운 것을 들고 놓고 하며 안 보이는 부상을 입는 주부들
작은, 보이지 않는 '낙상'들을 지나
꽝 부러진 '낙상'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내용은 거룩하다-
소모되어 가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
그럼에도
내가 저질러 놓은,
많디 많은 순간의 '낙상'을 아물게 하고
더 큰 '낙상'이 되지 않게 받쳐 주는
그 분의 존재를 나는 확신한다
'낙상'의 그 끝에서
새로 열리게 될 세상까지도
불쌍하신, 내 아버지를 받쳐 주소서!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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