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이하석] 상응

문근영 2013. 9. 5. 10:23

 

 

상응

 

             이하석

 

못둑 위에서 너는 검은 염소처럼 가만히 뿔 세운 채

못둑 아래 서 있는 나와 내 집을 내려다본다,

못물보다 더 아래의, 고요한 깊이 가늠하듯이.

 

그러면 나는 또 못물 바닥의 돌처럼 바람 기운에 어룽지며

그늘의 잎을 다 턴 채 빨간 등들 주렁주렁 매단 감나무 한 그루를

환하게 못둑 위로 올려보낸다.

 

   - 이하석 시집, 『상응』, 서정시학,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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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응"은 서로 상대에게 진심으로 응해 주는 것이다,

자연과 시인은 지금 서로 응해 주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늦가을, 고요한 못물을 바라보며

"너"는 화자와 화자의 집을

내려다 보고 있다, 아니 그냥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라

못 속의 저 깊은 심연까지를 헤아리면서.....

이제 화자가 화답을 해야한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에서 저절로

그야말로 "상응"한다.

맑은 못물에 바람이 지나가면

환히 보이는 못바닥은 돌들이 무늬져

어룽거리는 것이 보이고,

넌즈시 빨갛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한

감나무 한 그루를 올려보내 화답한다.

한 편이 그림이 그려지는 편안한 풍경이다.

 

늦가을, 못둑에서 못물에  비친 감나무를

무심히 내려다 보는  시인의 마음이 이럴까?

자연과 사람과 사물에  환하게 상응하고 있는

시인의 깊은 시선이 부럽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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