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위하여
정호승
봄이 와도 내 혀가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산수유 피는 노란 봄날이 와도
더 이상 내 혀에 봄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해마다 내 혀는 자라
꽃이 피고 가지마다 거짓의 푸른 우듬지는 돋아
나는 후회한다
무릎을 꿇고 참회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안았다
입춘이 지나면 운주사 석불들이
한 해 동안 자란 혀를 스스로 자르듯
나도 내 혀를 잘라
곰소젓갈 담그듯 천일염에 담그거나
배고픈 개들에게 던져줘야 한다
침묵의 말을 잊은
내 거짓의 검은 혀를 위하여
봄이 와도 내 혀는 산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라
날아가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
-출처 : 『시인세계』(2012.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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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치의 혀가 문제인가?
감히 문제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살면서 할 말 안 할 말 가려가면서 살아야 하는데
부주의해서 혀로 내뱉은 말이 상처가 되어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잦다
화자는
봄이 와도 자신의 혀가 자라지 않기를 바란다
산수유 피는 노란 봄날이 와도
더 이상 자신의 혀에 봄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강연을 많이 다녔을 테고
시를 나른다는 명목하에 온갖 말을 했을 텐데
그 말 중에 얼마나 많은 부분이 심금을 울린 말이었을까
쓸모없는 말들은 버려야 하는데 이미 내뱉은 상태라 집어담을 수도 없지 않은가
화자는 구도자의 심정으로
해마다 혀가 저지른 말들에
후회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더군다나
무릎을 꿇고 참회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안았다고 한다
입춘이 지나 운주사 석불들이 한 해 동안 자란 혀를 스스로 자르듯
혀를 잘라 곰소젓갈 담그듯 천일염에 담그거나
배고픈 개들에게 던져줘야 한다고 한다
참회로 보시하려 한다
지극히 관념적인 시다
그럼에도 이 시에는 울림이 있고
삶의 모습에서 얻어지는 가르침을
사람에게 안내하는 깊은 의지가 담겨 있다
말을 너무 하지 않아 입 다물고 있으면 입에 냄새가 나지 않을까
그러나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하거나
상처 주는 말을 해서 혀를 더럽히는 것보다는
침묵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더 이상의 거짓된 말을 못하게
산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마라고 애원하고 있다
참회는 아름다운 것이다
구도자의 심정으로 살지 않으면 세상의 아름다움을 어찌 취하랴
기도를 하다보면 참회 부분이 있는 것이 그냥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누가 그러더라 숨 쉬는 것 빼고는 전부다 거짓이고 잘못이라고 하던데
아침저녁으로 기도하다가 참회 부분이 나오면 숙연해지는 걸 보니
나도 잘못하고 사는 부분이 많다는 걸 느낀다
날마다 나를 갱신하지 않으면 새로운 마음과 실천을 어찌 가지겠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의 혀는 몇 치나 되는지 재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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