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와
정 윤 천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마저도
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 말
천천히 와
아무에게는 하지 않았을, 너를 향해서만
나지막이 들려준 말
천천히 와.
- 정윤천 시집, 『구석』, 실천문학사.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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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커피숖에 앉아
오고있을 그 사람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쁜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려가 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그 장소를 향해 다가가고 있지만
이 때의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거나
더디 가는지.
화자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어?" 라고 물어보고는
"천천히 와" 라고 말하고 만다.
그 말은 어서 오라는 말이기도 하고
조심해서 오라는 말이기도 하고
더 빨리 오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천천히 와,
그 기다림의 시간을 화자는 온통 감내하기로 하며
좀 더 커피향을 맡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 기다림의 미학을 화자는
오직 "너"를 위해서만 나지막이
들려준다.
이 봄,
우리는 언제 "천천히 와"라고 말하며
홀로 가슴두근거리며 누구를 기다려 본적이
있었는지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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