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정윤천] 천천히 와

문근영 2013. 9. 2. 11:44

천천히 와

 

                          정 윤 천

 

천천히 와

천천히 와

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

천천히 와

 

상기도 어서 오라는 말, 천천히 와

호된 역설의 그 말, 천천히 와

 

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

천천히 와

 

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

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갯길과 가쁜 숨결마저도

자신이 감당하리라는 아픈 말

천천히 와

 

아무에게는 하지 않았을, 너를 향해서만

나지막이 들려준 말

천천히 와.

 

    - 정윤천 시집, 『구석』, 실천문학사.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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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커피숖에 앉아

오고있을 그 사람을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바쁜 교통수단을 이용해 달려가 본

사람은 안다.

그 사람이 각기 다른 장소에서

그 장소를 향해 다가가고 있지만

이 때의 시간은 왜 그리, 빨리 가거나

더디 가는지.

화자는 "지금, 어디쯤 오고 있어?"  라고 물어보고는

"천천히 와" 라고 말하고 만다.

그 말은 어서 오라는 말이기도 하고

조심해서 오라는 말이기도 하고

더 빨리 오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도 천천히 와,

그 기다림의 시간을 화자는 온통 감내하기로 하며

좀 더 커피향을 맡으며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 기다림의 미학을 화자는

오직 "너"를 위해서만  나지막이

들려준다.

 

이 봄,

우리는 언제  "천천히 와"라고 말하며

홀로 가슴두근거리며  누구를 기다려 본적이

있었는지 추억해 본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김경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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