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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은] 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문근영 2013. 9. 2. 11:45

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고은

 

 

그래도 태어나야 한다
이 모독당한 산야에 태어나야 한다
아직 바람이 죽지 않았다
바람의 탄생일이
너의 탄생일이다
태어나야 한다
태어나
바람 속에서 첫울음을 울어야 한다
석달 열흘 바람쳐
비바람쳐 살아야 한다
아, 이 세상에 이 세상의 이유인 아기가 있다
아장아장 아기 이빨로 돋아나
장차 수많은 울음으로 날이 밝아야 한다

그래도 꿈꾸어야 한다
이 파괴당한 마을에서 늙은 연어들 막혀버린 강기슭에서
모든 배반당한 꿈
빼앗긴 꿈을 찾아야 한다
너에게 남은 꿈 있다 몸 뒤척여 그 꿈을 꾸어야 한다
하늘이 있다
아직 저녁노을이 있다 지상(至上)의 밤바다가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생명이란
얼마나 독점이냐
얼마나 집착이냐
죽음의 인질인 생명이란
그 얼마나 비겁한 정치더냐 이데올로기더냐
폐기된 물레야
폐기된 물레방아야
폐기처분된 이웃들아
그래도 한줌 흙 속의 자디잔 목숨들의 숨소리 들리는
너의 고막으로
잠들어라 깨어라
다음날 너의 눈동자
아침 햇살에 놀라
아침 햇살 알알이 담은
거미줄의 이슬 부채에 화들짝 놀라
하루를 살아야 한다
가장 작은 너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바위의 슬픔으로
풀의 기쁨으로
하루하루를 노래해야 한다

영원이란
무한이란 탐욕이다
오로지 너의 한계가 너 아니냐
그래도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배신당한 도시의 밤에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다른 세상의 소리인
비 오는 소리로
너의 한쪽 귀가 떨려야 한다
오직 귀만이 평화이다 긴 묵념이다
언어 몇십년
그래도 그 언어 오용과 남용 폭력 무릅쓰고
너의 언어가 너 아니냐
명사들을 지켜야 한다
없어진 산꼭대기 내려다본 고향 마을을
없어진 혼을
없어져 문명이 되고 만
장차 문명의 해골이 되고 말
도시의 밤에 사라져가는
동사들을 부사들을 슬픈 형용사들을 지켜야 한다

그래도 일어서야 한다
이 과잉의 땅에서
이 소외의 땅에서
맹수의 포효만이 들리는 땅에서
작은 짐승들
작은 늪의 벌레들
숨죽인 어둠속에서
싸이버 속에서
역사시대 내내
다져지고
다져졌다가
다시 다져진 무한욕망 속에서
자본의 지층 속에서
그래도 다시 태어나
몇만번째의 첫번째의 직립인간이 되어야 한다
아, 너의 삶이야말로
누구의 죽음 아니냐
누구의 삶이야말로
너의 죽음 아니냐
죽음을 주어라 삶을 주고받아라
그래도 다시 태어나
네가 가는 길 위의 쑥부쟁이로 피어나거라 새가 되어라

 

 

 

- 시집 『내 인생의 변방은 어디 갔나』(창비,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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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질퍽이며, 허우적허우적

살이 살덩어리인 날

 

부은 날 

 

챙겨야 할 사람보다

챙김 받은,  따뜻한 추억이 생각나는 날

 

하루가 연장된 순간

오늘도 살려 주셨구나

죽었다 살아난 환희로

초라함도 뚫고!

 

살이 터지더라도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오늘밤

강 이 편에서

저 편으로 건넌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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