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꽃 봄
배창환
우는구나 그대
아무데나 퍼질러 앉아
착한 꽃등 하나 달고
돌아앉아 우는구나
이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동안
너의 넋은 갈 곳을 잃고
밤마다 돌아오는 빛이 되어
처참하게 박힌
이땅의 꽃이여
쓰디쓴 진액 같은 나날을
질겅질겅 삼켜
아직은 봄이 아닌 땅
총검과 철망이 어둡게 빛나는 곳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모여
엉엉 울다 가는구나, 그대
- 배창환 시집, 『다시 사랑하는 제자에게』, 실천문학사, 19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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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감자 심을 밭을 정리하기 위해
지난 겨울을 견딘 배추밭에 나갔었다.
혹독한 땅의 겨울을 온몸으로 이겨낸 배추잎들은
얇은 종이처럼 검은 비닐위에 말라 붙어 있었다.
삼월 중순이지만 아직 불어오는 바람은 차고, 매웠으나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저 지난 겨울의 배추밭 흙을 비집고
흙인듯, 작은 돌멩이인듯 그 동토를 비집고
냉이들이 하나, 둘 군데군데 얼굴을 힘차게 내밀고 있었다.
아, 봄이구나,
아직 잔설이 희끗한 응달이 남아있지만
진정 봄은 우리 곁에 이렇게 가까이 와 있음을 느꼈다.
냉이꽃은 이제 곧 지천으로
삼천리 강산에 하얗게 피어날 것이다.
있는 듯, 없는 듯 누구의 관심도 연연하지 않고
그야말로 아무데나 밭이나 논두렁이나 나지막하게 피어나
봄바람에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그 냉이의 새싹을 피워 올리기 위해
냉이 순은 그 수직의 뿌리를 언 땅에 깊이 박고
쓰디쓴 진액같은, 혹한을 견디며 살아 남아
아직은 봄이 아닌 땅 같지만
금새 꽃을 피워 올릴 것이다.
그저 작고, 낮고, 하얗게,
그 화사한 봄꽃들의 소란스러움에 묻혀서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가는 질 것이다.
서러운 우리네 반도에서 피었다 지는
백성들의 삶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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