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김용택] 새들이 조용할 때

문근영 2013. 9. 2. 11:43

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출처 : 『시, 사랑에 빠지다』(현대문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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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든 남자든

사랑하려거든 한 여자, 한 남자를 지극으로 사랑해보라

한 여자가 눈 뜨는 그 세상에 함께 하고

한 남자가 눈 뜨는 그 세상에 함께 해보라

사랑이 어디서 오는가

그대 발길을 따라오겠는가

저문 산에서 오겠는가

저문 물소리를 따라오겠는가

화자는 거듭거듭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전하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사랑하면 그 자체로 말이 되고 꽃이 된다고

 

그대는, 내게로 와서 온전히 꽃이 된

한 여자를 가졌는가

그대는, 내게로 와서 온전히 사랑이 된

한 남자를 가졌는가

그런 여자를 가슴에 품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남자를 가슴에 품는 여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만이 길이라고 말하는 자의

너그러운 생을 배워야 한다

생의 너그러움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변함 없는 사랑을 위의 시구에서 배웁니다

그대가 먼저 사랑하십시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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