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조용할 때
김용택
어제는 많이 보고 싶었답니다.
그립고, 그리고
바람이 불었지요.
하얗게 뒤집어진 참나무 이파리들이
강기슭이 환하게
산을 넘어 왔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지요.
평생을 가지고 내게 오던 그 고운 손길이
내 등 뒤로 돌아올 때
풀밭을 보았지요.
풀이 되어 바람 위에 눕고
꽃잎처럼 날아가는 바람을 붙잡았지요.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이루어지기까지
그리고 사랑하기까지
내가 머문 마을에
날 저물면
강가에 앉아 나를 들여다보고
날이 새면
강물을 따라 한없이 걸었지요.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바람이 부는데
사랑한다고 전할까요.
해는 지는데
새들이 조용할 때
물을 보고
산을 보고
나무를 보고, 그리고
당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여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강물을 만들고
오늘도 강가에 나앉아
나는 내 젖은 발을 들여다봅니다.
-출처 : 『시, 사랑에 빠지다』(현대문학,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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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든 남자든
사랑하려거든 한 여자, 한 남자를 지극으로 사랑해보라
한 여자가 눈 뜨는 그 세상에 함께 하고
한 남자가 눈 뜨는 그 세상에 함께 해보라
사랑이 어디서 오는가
그대 발길을 따라오겠는가
저문 산에서 오겠는가
저문 물소리를 따라오겠는가
화자는 거듭거듭 말합니다
사랑한다고 전하라고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사랑하면 그 자체로 말이 되고 꽃이 된다고
그대는, 내게로 와서 온전히 꽃이 된
한 여자를 가졌는가
그대는, 내게로 와서 온전히 사랑이 된
한 남자를 가졌는가
그런 여자를 가슴에 품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 남자를 가슴에 품는 여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사랑만이 길이라고 말하는 자의
너그러운 생을 배워야 한다
생의 너그러움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사랑은 어제처럼 또 오늘입니다'
변함 없는 사랑을 위의 시구에서 배웁니다
그대가 먼저 사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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