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
박철
만원에 두 마리 하는 통닭구이를 사다가
네 식구가 앉아 히죽거리며 고길 뜯는다
밤늦은 시간 아직 트럭운전사는 김포가도에 서서
줄줄이 꿰어진 통닭을 굴리고 있을 늦은 밤이다
우리는 앉아서 따뜻하게 기름칠을 한다
근데 있잖아 얘들아
미국선 전기의자로 사형을 시켰는데
처음 그걸 만들어준 사람이 누군 줄 아니?
토마스 에디슨이야
근데 있잖아 얘들아
처음 전기의자를 사용했을 때
사람은 죽지않고 그저 통닭구이만 되었다는구나
아빠 지금 그 말이 이 분위기에 맞는다고 생각해요?
당신 지금 반미교육 하는거야?
통닭 먹지 마
셋이서 비닐봉투를 가로채 돌아앉아버린 밤
- 박 철 시집, 『험준한 사랑』, (주)창비,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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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집으로 허위허위 돌아오는 가장이
수도 서울에 입성하지 못하여
김포에 살 수 밖에 없는 가장이
가족을 위해 빈 주머니를 털어
만원에 두마리하는 통닭구이를 샀다.
통닭 장사도 시인도
만원에 두 마리하는 통닭도
김포가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달픈 삶,
오늘도 통닭은 소시민의 일상처럼
변함없이 참나무 장작불 위를
땀흘리며 돌아가고
오랫만에 가족이 둘러앉아 통닭을 먹는다.
약간은 취기가 오른 가장인 시인은
먹기에 바쁜 가족을 위해
통닭이 연상시키는
먼 나라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가족들의 반응이 영 싸늘하여
급기야 몇 점 남은 통닭 비닐 봉투 앞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만다.
쩝, 오늘 이 시대의 변두리를 사는
우리 가장들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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