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자국
감태준
사과를 한입 베어 씹다가
사과 속살에 깊게 패인 잇자국을 보고
미안했으리
동글동글하게 살아온 사과의 일생에
구덩이를 팠으니!
-『미네르바』(2011.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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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화자의 말처럼 잇자국이 그랬다면
엄청 미안했을 텐데,
이 구조가 곡선 구조라 덜 미안했을 것이네
요즘 아침식사를 끝내면 으레 껍질째 씹어 먹는 사과를 준다
찬 것을 먹으면 이가 시려서 찬 사과 먹기가 좀 그런데
못 먹겠다는 말도 못하고
사과 한 조각 들고 조금씩 베어 먹으며 씨름을 한다
그러면서 사과 속살에 깊게 패인 잇자국을 자주 보게 되는데
화자처럼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가져본 일이 없다
입 속에 음식을 넣어 자르고 찢고 부수어 목구멍으로 넘기게 되는데
이런 일을 잘해야 소화도 잘 되고 위에 부담도 덜 주게 된다
사과를 통째로 베어 먹으면 구덩이를 파게 된다
조각으로 먹으니 늘 이로 잘라먹는 셈인데
이가 시린 후로는 통째로 베어 먹어본 적이 없어
옛 기억을 더듬게 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데
화자는 자연의 산물에 가한 인간의 짓에 약간의 미안함으로
자연에 대한 보상심리를 드러낸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연을 유린해왔다
자연으로부터 인간의 편의대로 획득하고 활용해 왔다
먹거리도 마찬가지다
욕망과 욕구를 줄여도 될 것 같은 마음이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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