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여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시집『생명의 서』(행문사,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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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 안으로 들어오려는 "숨"은
늘 과잉으로 충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나는 *'쩌억' 하거나
덧정 없거나
정나미 떨어지거나
'애증' 사이에서
생명을 만끽하지 못할까
(그저께 운운한) 하청에 치여서?
오늘은 유치환 시인의 시편에서 공감을 얻는다.
제대로 독하여 구함을 얻지 못하여서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서 ......생명이' 부대낀다고 말해준다.
더불어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까지?
귀가 번쩍 뜨인다
'아라비아'의 낯선 느낌, 묘하고 신비로운 느낌 때문이겠지
아라비아 사막으로 가자하면 사양할 거면서.......
'나를 찌르라!' 결심하고 서 있으면
의외로 단순한 고요가 피어오르 듯
끝이 있는 나를
작게 작게 하여
끝이 없는 것에 올랐을 때
영원한 느낌!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는
그저 주위의 공기 하나
마음껏 들이키는 것
유치환 시인의
'회한' 없이 '백골'을 쪼이는 평화와 함께
**타르쵸가 되어서 바람을 맞고자
몸을 일으킨다
- 김선아
*'쩌억'한다: 경상도에서 '덧정 없을 때' 속어처럼 쓰는 표현
**타르쵸: 만물을 구성하는 5원소를 상징하는 5색 깃발에 '옴마니 밧메훔' 같은 경전 문구를 새겨 놓은 것으로, 티벳인들이 이렇게 경전을 적어 바람에 휘날리면 이 경전의 진리들이 온 세상으로 퍼져 세상 만물이 해탈의 경지에 이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달아 놓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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