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전부 나사다
하 린
하청에 하청을 거듭할수록
본체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사내들이
자취방에 모여 라면에 소주를 마시며
음란비디오를 보던 밤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이 나온다
씨발로 시작해서 좆도로 끝나는 환각제 같은 배설물이
밤하늘 가득 사정되고 서러운 별들은 촘촘해진다
매혹적인 망사스타킹의 여자
아! 신음소리까지도 친절하다
더 이상 체위는 신선하지 않고
떠난 애인들만 머릿속에서 지쳐간다
그렇게 욕구불만의 밤은 섣부른 발기로 졸아들고
꿈속에선 CF 속 여자 배우와 자동기계가 되어 섹스를 한다
에어컨을 선전하며 바람을 매번 일으키는 인기 절정의 여자
그녀가 재생시키는 웃음의 값은
이십 년 동안 결근 한 번 안 하고
나사를 박아야 하는 질긴 시간의 값이다
하루 종일 이천 개도 넘는 수나사가 암나사와 만난다
나사들은 화려한 디자인에 갇혀 죽었고
생각은 모두 단순화되어 규격 박스 안에 담긴다
더러는 조인 나사를 풀고 싶어 떠났던 녀석도 있다
조금 더 안쪽의 중심부품으로 살아 보겠다고
차선을 자꾸 변경하다 다시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옥탑방 구석에 버려진 소주병 같은 녀석들
그 녀석들 다 돌아와 라면에 소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본다
온몸이 전부 나사인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청산가리 사내들
신나를 들이붓고 싶은 밤을 지난다
- 제11회 《시인세계》신인작품 공모 당선작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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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이 넘게 씻지 않아도 개운한 날이 있고
씻어도 씻어도 목마를 때가 있다.
씻어도 씻어도 목마를 일을 주의하는 것과
그것을 감수하고 저잣거리 가운데로 저벅- 뚜벅! 걸어가는 것을
구별하는 아름다움! 차별과는 다른.
온 몸에 흩어져 하루를 버티던 '나사'들이
침대로 모여 서로 부둥켜 잠들 때
영혼의 이온이 ‘탈’과 ‘흡’ 하도록
오늘 밤은 부질없이 쌓아놓은 것
툭! 훌!
제대로 벗고 잠의 세계로 가리라
오전에 이 시를 읽으며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쯤 되어서
기억도 다 못하는 9가지의 일이 끝나면
하청에 하청에 하청인 일 여러 가지를 하고
하청에 하청이 덜 끝난 찜찜함을 털며 퇴근하겠지
짐작했건만
‘드렁드렁’ 오후 2시쯤 경종이 울렸다.
의자에서 무심히 걸어나왔을 뿐이었는데
바닥이 울렁이며 흔들렸고
20여명의 다른 이들에게 물으니 그제서야 1/3이 뜻뜻미지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총책임자 등에게 알리니
북한 핵실험 뉴스의 시점과 비슷하고
당직실 창문이 꽤 강하게 흔들렸긴 했다는것,
다수가 아닌 극소수만이 느낀 에피소드로 일단락되었지만
잘못 섞인 술을 마신 사람처럼 4시간 정도 어찔했다.
어떤 이는 이런 예민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외롭다.
이런 날은 아무리 좋은 술도 마다하고는
'본체의 중심'을 잡으러 다시 일어서서
지구의 나사에 대해
각 대륙의 나사에 대해
나라의 나사에 대해
도시의 나사에 대해
사랑의 하청도, 그 어떤 의미에의 하청도 못 구해 풀 죽은 나사에 대해
그림을 그려본다
어디매서 균열과 폭발이 일어난 것일까
콘크리트에 붙어버려 몸을 못 일으키는 나사의 균열을
잦은 소주의 취기로
음란비디오의 짜릿한 자극으로 버티는,
그 인내의 사정거리는?
무엇으로 장전되어 있는가?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는가?
핵이 지구의 나사를 건드린 오늘
'욕구불만'은 불현듯 찾아와
외롭게 어찔했다
잠이 손을 건넨다
하루를 버텨낸 '나사'의 영혼들이 부둥켜 반짝이도록!
훌-. 툭! 핵을 폐기해버리고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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