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팔원(八院) - 서행시초 / 백석

문근영 2013. 8. 28. 12:13

 

 

 

 

팔원(八院) - 서행시초 / 백석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리 묘향산 백오십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쌔하햫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 주재소장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정본 백석 시집 - 문학동네 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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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하느라

찬물에 손등이 갈라진 어린 소녀를 그린 시..

산업사회로 접어드는 해방 전,후의

우리네 농경사회에선

한입 덜고자

어린 여식을 일찍 시집보내거나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남의 집에 식모?

가정부로 들어가 아이보고 밥짓고 그랬다.

요즘의 시급,월급 개념은 없고

설날, 추석 되어서야 새옷 한벌이면 다행이었으니,,

남의 집 얹혀사는 설움을 어찌 다 표현할까?

 

백석의 시를 평함은 시인에대한 불경(不敬)이다.

물질의 부피로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현대를 살며,,

"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데 지는것이아니다

세상같은건 더러워 버리는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힌당나귀' 의 시구 에서처럼

시인의 내면을 관조해볼 일이다.

江村 헤윰

 

출처 : 시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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