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어머니 학교 16
이정록
티브이 잘 나오라고
지붕에 삐딱하니 세워 논 접시 있지 않냐?
그것 좀 눕혀 놓으면 안 되냐?
빗물이라도 담고 있으면
새들 목도 축이고 좀 좋으냐?
그리고 누나가 놔준 에어컨 말이다.
여름 내내 잘금잘금 새던데
어디다가 물을 보태줘야 하는지 모르겄다.
뭐가 그리 슬퍼서 울어쌓는다니?
남의 집 것도 그런다니?
-출처 : 『어머니 학교』(열림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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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이기를 모르는 봉사라고 해야 하나?
시의 전개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두 가지 소재를 물이라는 공통 분모로잘 다루고 있다
시가 긴 것도 아니고 아주 짧으면서 촌철살인의 해학까지 들어서 더 재밌다
첫 번째 소재에서는 배려를 읽는다
접시 안테나의 쓰임에 대해 잘 모르는 세대의 아이러니고
두 번째 소재에서는 에어컨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의 아이러니다
주제는 물이나 소제는 어머니 학교다
세상 이야기를 통해서 스스로도 배우지만 은근히 가르치려 하신다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 거의 어머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효용 가치가 엄청나서
그것만 제대로 배워 알고 있어도 사람 구실 제대로 했고 욕 얻어 먹지 않았다.
요즘은 어떤가
부모가 육아교육부터 간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살아가는데 지켜야 할 기본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엉망이다.
-아무리 재밌더라도 주변에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배려다
내가 재밌으면 남도 재밌어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내가 활동한 자리는 내가 치워야 한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
청소하는 걸 수치라고 생각하는 건지 도대체 부모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쳤길레 청소 당번이 도망 가기 바쁘다
이것은 책임의식의 결여다
-사회가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공동선의 행동들, 즉 오른쪽으로 걷기, 실내에서 조용히 하기, 인도로 걷기, 차도에 들어가지 않기, 인사하기, 바로 앉기, 상대 인정하기 등인데
이것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 지키지 않는 청소년이 늘어간다
개혁이 시급하다
의식의 개혁이 정말 시급하다
이웃 일본이 우리의 이런 정도를 넘어서자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우리도 늦지 않다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력의 회복이 필요하다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맹목적인 사랑은 버려야 한다
'오냐 오냐'라는 사랑은 저급한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되 따끔해야 한다
사람이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물려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방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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