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릅 눈
임 윤
집행관들이 다녀간 뒤
가재도구 몇 개 챙겨 이사간 처가 동네
계절보다 일찍 눈을 틔운 두릅나무
촉 튼 가지가 바람에 떤다
졸업한 이웃집 아이 옷을 얻어온 아내
빛 바래고 낡은 교복
품이 넓어 엄마 옷 같다며
중학교 입학하는 딸아이가 첫날부터 투정이다
두릅 가시마다 맺힌 이슬
아침 햇살 뒤흔드는 바람에 뚝 떨어진다
입학식 마치고 온 아이
교복을 걸 여유도 없었던지 쓰러져 잠이 들었다
세상을 알기도 전에 어깨가 무거워진 걸까
굳은 표정이 고스란히 배어
아무렇게 던져진 흰색 저고리
교복을 가지런히 걸어둔다
꽃샘바람에 두릅 눈이 파르르 떤다
- 임 윤 시집, 『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실천문학사,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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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졸업과 입학의 시즌이 다가온다.
또한 봄도 멀지 않았음이다.
새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두릅이 있다.
두릅은 토질이 척박하고 호박돌이 많은 악산의 비탈 등에서
자라는 입과 가지에도 가시가 달린 식물이 두릅이다.
연하고 부드러운 두릅의 새순을 따서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새로 오는 봄을 한 잎 베어무는 향긋한 느낌이다.
그러나 두릅 눈을 딴 자국을 보라.
눈물인듯 수액이 맺혀있다.
그 두릅 눈의 수액에서 시인은
집행관들이 가재도구를 가져가고 남은 살림을 몇 가지 챙겨
눈물겨운 처가살이를 시작하는 마음을 이야기 한다.
어느 부모든 자기 자식에게 새 옷을 번듯하게 입히고 싶지 않으랴,
더구나 상급학년으로 새 출발하는 딸아이에게 마땅히 마련해 주어야 하는
교복을 잠시의 곤궁함으로 인해 이웃집 아이 옷을 얻어다 입혀야 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하겠는가.
새 봄 두릅 눈에 맺힌 수액을 보고 상급학교 진학하는
딸아이가 만나는 세상의 첫걸음을 시인은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품이 넓은 교복을 입고 하루 종일 학교에서 불편했을
아이의 심정과 부모의 눈물이 두릅 눈의 눈물과 대비되는,
아직은 서늘한 꽃샘바람에 떠는 한 가족사의 아픈
지나간 한 시절이 두릅 눈에 맺혀 떠오르고 있다.
두릅 눈의 눈물은 부모의 눈물이자 딸아이의 눈물이기도 하여
가슴 짠하게 우리들 가슴에도 물결 무늬되어 전해져 온다.
그래도 세월은 흘러, 한 때 품이 넓은 교복으로 학교에 다녔던
시인의 딸도 이제는 장성하여 한 보름 쯤 전에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결혼 하였고, 필자도 하객으로 다녀왔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서며
과연 시인은 이 시를 기억 하였을까 ?
새로 가정을 꾸리고 출발하는 시인의 예쁜 딸에게
축복과 박수를 다시 보내 본다.
이제 봄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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