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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은] 사랑에 대하여

문근영 2013. 8. 26. 11:02

사랑에 대하여/ 고은

 

 

칸첸중가 혹은 에베레스트에는

사랑 따위 없소 필요없소

그 천년 빙벽에

그 천년 폭풍만 있어야 하오

 

팔천 미터 아래

나지막이

거기 어느 골짝에 사랑 있소

거기 오래 묵어

쉰내 나는 사랑 있소

 

물이 사랑에 주려

아래로만 흘러가고 있소

허나

저 아래 바다

거기에는 사랑 없소 전혀 필요없소

 

높지 말 것

넓지 말 것

 

사랑은 첫째 작고 시시할 것 바람벽에 홑적삼 걸릴 것

 

대자대비 아니오 박애 아니오 그저 사랑은 무명 맹목의 그 사랑이오

 

 

 

- 시집『허공』(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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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벳을 보고 와서 눈만 높아졌다

 

바다처럼 넓지도 않은 주제에

 

오늘도, 나를 다잡기 위해 

쳐 들어진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천년’ 평화는

신의 영역

‘골짝’의

‘쉰내나는’ 평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별하고

사람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낮게 흐르려는 움직임이 사랑이다”

이 *만트라를 위해 **마니차를 돌려야 한다

 

낮아지는 자세로

사지몸통부터 움직이러 간다

'작고 시시한 것’ 하느라 땀 흘리러.

공자왈 맹자왈로 끝나는,

자위 같은 사랑이 아니라

살냄새 나는,

바보 같은 사랑하러

 

- 김선아

 

 

 

* 만트라: 영적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발음, 음절, 낱말 또는 구절

 

**마니차: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통안에 경전을 넣고 회전할수 있게 만든 티벳 고유의 종교적인 도구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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