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하여/ 고은
칸첸중가 혹은 에베레스트에는
사랑 따위 없소 필요없소
그 천년 빙벽에
그 천년 폭풍만 있어야 하오
팔천 미터 아래
나지막이
거기 어느 골짝에 사랑 있소
거기 오래 묵어
쉰내 나는 사랑 있소
물이 사랑에 주려
아래로만 흘러가고 있소
허나
저 아래 바다
거기에는 사랑 없소 전혀 필요없소
높지 말 것
넓지 말 것
사랑은 첫째 작고 시시할 것 바람벽에 홑적삼 걸릴 것
대자대비 아니오 박애 아니오 그저 사랑은 무명 맹목의 그 사랑이오
- 시집『허공』(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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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티벳을 보고 와서 눈만 높아졌다
바다처럼 넓지도 않은 주제에
오늘도, 나를 다잡기 위해
쳐 들어진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천년’ 평화는
신의 영역
‘골짝’의
‘쉰내나는’ 평화
신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별하고
사람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낮게 흐르려는 움직임이 사랑이다”
이 *만트라를 위해 **마니차를 돌려야 한다
낮아지는 자세로
사지몸통부터 움직이러 간다
'작고 시시한 것’ 하느라 땀 흘리러.
공자왈 맹자왈로 끝나는,
자위 같은 사랑이 아니라
살냄새 나는,
바보 같은 사랑하러
- 김선아
* 만트라: 영적 또는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발음, 음절, 낱말 또는 구절
**마니차: 금속이나 나무로 만든 통안에 경전을 넣고 회전할수 있게 만든 티벳 고유의 종교적인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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