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문정희] 남편

문근영 2013. 8. 26. 11:03

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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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남편

이 세상 남자를 다 연구하지 못 했으면서, 아니!

한 명을 생활 속에서 다년간 겪어 보지 않았으면서

자칭 "이론만 박사"다.

지금부터의 변은 

간접 경험이며 이론만박사의 소설이다

 

남편은 남의 편을 들어주다 못해

저--- 편의 남처럼

가장 가까이서 내면의 전쟁을 하게되는 사람이다.

꽤 많은 여성들이

아버지의 단점이 징그러웠으면서도

한 남자의 비슷한 면에 끌려 남편까지 된다

 

연애시절

오빠 같이 듬직했는데

결혼하고는

아들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

시인의 남편론은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청혼한, 가장 믿음직했던 그조차

헤어짐을 이야기 할 때 키스로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그 극적인 순간에도 생식 본능이 꿈틀대는 누군가에게

남편이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묻기’?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외로움의 끝간 데를 모르게 하는 그인데......

새끼 때문에 같이 살면서

극단의 갈등과 고뇌를 겪기도 한다

 

그 원수 아닌 원수를 위해 매일 저녁을 짓는 그녀들을 많이도 봤다

 

혼인을 하고 또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보지 않는 이상

나는 남편의 아내들! 세상 수많은 그녀들 보다 열등하다.

"도닦기 위해 결혼할까 보다" 했더니

누가 바보같은 생각이라 했다.

맞다

그럼 콩깍지가 쓰여서?

.

.

.

이론은 재미없다

그렇다고 실습을 하기에는

남(의) 편, 그 전장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쟌다르크 같다

내가 완벽하지 않기에

나 스스로에게도  완벽한 내 편이 되어 줄 수 없는데

하물며

남편도 내편이 아닌 게 순리일지도.

 

세상 수많은 남녀 중에서 "남자와 여자로 살아보자"고 약속한 사이일 뿐 

 

 

내 편이 아니고 남편이라고 실망하지 말아야 살지 않겠나

저절로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남과 함께 살아간다는 그것

그 대상이 되어 준 남편에게

감사만 남긴다는

결말로

"이론만박사"의 소설을 맺는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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