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문정희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 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 시집『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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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남편
이 세상 남자를 다 연구하지 못 했으면서, 아니!
한 명을 생활 속에서 다년간 겪어 보지 않았으면서
자칭 "이론만 박사"다.
지금부터의 변은
간접 경험이며 이론만박사의 소설이다
남편은 남의 편을 들어주다 못해
저--- 편의 남처럼
가장 가까이서 내면의 전쟁을 하게되는 사람이다.
꽤 많은 여성들이
아버지의 단점이 징그러웠으면서도
한 남자의 비슷한 면에 끌려 남편까지 된다
연애시절
오빠 같이 듬직했는데
결혼하고는
아들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
시인의 남편론은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청혼한, 가장 믿음직했던 그조차
헤어짐을 이야기 할 때 키스로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그 극적인 순간에도 생식 본능이 꿈틀대는 누군가에게
남편이 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묻기’?
잘 생각해 볼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외로움의 끝간 데를 모르게 하는 그인데......
새끼 때문에 같이 살면서
극단의 갈등과 고뇌를 겪기도 한다
그 원수 아닌 원수를 위해 매일 저녁을 짓는 그녀들을 많이도 봤다
혼인을 하고 또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보지 않는 이상
나는 남편의 아내들! 세상 수많은 그녀들 보다 열등하다.
"도닦기 위해 결혼할까 보다" 했더니
누가 바보같은 생각이라 했다.
맞다
그럼 콩깍지가 쓰여서?
.
.
.
이론은 재미없다
그렇다고 실습을 하기에는
남(의) 편, 그 전장으로 뛰어드는
무모한 쟌다르크 같다
내가 완벽하지 않기에
나 스스로에게도 완벽한 내 편이 되어 줄 수 없는데
하물며
남편도 내편이 아닌 게 순리일지도.
세상 수많은 남녀 중에서 "남자와 여자로 살아보자"고 약속한 사이일 뿐
내 편이 아니고 남편이라고 실망하지 말아야 살지 않겠나
저절로 치열해 질 수밖에 없는
남과 함께 살아간다는 그것
그 대상이 되어 준 남편에게
감사만 남긴다는
결말로
"이론만박사"의 소설을 맺는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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