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조병화] 남남 47

문근영 2013. 8. 26. 11:01

 

 

남남 47/ 조병화

 

 

네가 내게 이야기한 말을

그대로

네게 돌려보내기 위하여

가는 바람

난 좀더 이 자리에 있어야 하겠다

 

네가 내게 내던진 말을

그대로 하나하나 묶어

네게 돌려보내기 위하여

난 좀더 이 자리에 머물러야 하겠다

생각해서건

생각 안 해서건

 

네가 내게 마구 퍼부었던 말을

하나하나 말끔히 씻어

네게 보내기 위하여

난 좀더 이 자리를 견뎌야 하겠다

 

지금 내 머린 네가 만든 가시밭

지금 내 가슴은 네가 만든 사막

지금 내 심장은 네가 만든 화산

 

바람 속에서 이 분노

구름 속에서 이 망각

푸른 초원에서 이 겨울

 

네 말을 돌며

 

뚫리지 않는 내 가슴

네가 내게 심은 말을

뽑아

그대로

네게 다 돌려보내기 위하여

가려진 시간

잃은 혼자

좀더 이 자리에 묵어야 하겠다.

 

 

 

- 시집 『남남』(일지사,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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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의 남남

 

시를 흡수하고 ‘나’라는 필터로 읽은 후

시에 관심 있는 불특정다수가 모인,

이 시하늘에서 풀어 놓았을 때

글을 읽는 사람의 주관과 만나

통하기도 하고

혹자는 '시인처럼, 나처럼 읽어야지!', 이런 뉘앙스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우리!라는 생명’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면

자신의 주관은 주관대로

남의 주관은 주관대로 존중할 일이다

왜 나같이 생각하지 않냐 한다면

시자리가 시자리가 아니게 된다.

'시를 쓴다는 사람'이 모인 자리가 모두 시답지 않을 지라도

‘시’와 함께 하는 동안만은 서로를 훼손하지 않기를

 

 

2. 생각의 남남

 

분자-원자-전자-양성자,중성자-쿼크-힉스-.......

그 다음에 밝혀질,

작지만 전체를 흔드는 그것!

생각 내지는 염파 비슷한 그 무엇이리라! 추측을 해 본다.

 

순수한 염원 비슷한!

눈에 안 보이는 궁극의 힘은

하늘을 뚫고

이 땅에 다시 내려와

이루어지고야 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어디로 보내야 하나?

그저 내려 놓을 수 밖에

 

(내가 다시 보낸 저주의 양) - (그 사람의 잘못) 만큼

정확히 빼고 남은 몫이 저주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독처럼 내게 번지는 분노의 화산도

고요히 바라보다 보면 작게 맴돌다 떨어지더라

 

남남이 우리가 되기도 하고

남남은 남남일 수 밖에 없는 관계, 그게 순리인 만남도 있다.

 

"내 감이 맞았다"

"조금 더 일찍 결단하지 못했다"는 후회의 파문 조차

조용한 점이 되어 사라질테니까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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