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47/ 조병화
네가 내게 이야기한 말을
그대로
네게 돌려보내기 위하여
가는 바람
난 좀더 이 자리에 있어야 하겠다
네가 내게 내던진 말을
그대로 하나하나 묶어
네게 돌려보내기 위하여
난 좀더 이 자리에 머물러야 하겠다
생각해서건
생각 안 해서건
네가 내게 마구 퍼부었던 말을
하나하나 말끔히 씻어
네게 보내기 위하여
난 좀더 이 자리를 견뎌야 하겠다
지금 내 머린 네가 만든 가시밭
지금 내 가슴은 네가 만든 사막
지금 내 심장은 네가 만든 화산
바람 속에서 이 분노
구름 속에서 이 망각
푸른 초원에서 이 겨울
밤
낮
네 말을 돌며
뚫리지 않는 내 가슴
네가 내게 심은 말을
뽑아
그대로
네게 다 돌려보내기 위하여
가려진 시간
잃은 혼자
좀더 이 자리에 묵어야 하겠다.
- 시집 『남남』(일지사, 1987)
..............................................
1. 시의 남남
시를 흡수하고 ‘나’라는 필터로 읽은 후
시에 관심 있는 불특정다수가 모인,
이 시하늘에서 풀어 놓았을 때
글을 읽는 사람의 주관과 만나
통하기도 하고
혹자는 '시인처럼, 나처럼 읽어야지!', 이런 뉘앙스의 댓글을 달기도 한다.
‘우리!라는 생명’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면
자신의 주관은 주관대로
남의 주관은 주관대로 존중할 일이다
왜 나같이 생각하지 않냐 한다면
시자리가 시자리가 아니게 된다.
'시를 쓴다는 사람'이 모인 자리가 모두 시답지 않을 지라도
‘시’와 함께 하는 동안만은 서로를 훼손하지 않기를
2. 생각의 남남
분자-원자-전자-양성자,중성자-쿼크-힉스-.......
그 다음에 밝혀질,
작지만 전체를 흔드는 그것!
생각 내지는 염파 비슷한 그 무엇이리라! 추측을 해 본다.
순수한 염원 비슷한!
눈에 안 보이는 궁극의 힘은
하늘을 뚫고
이 땅에 다시 내려와
이루어지고야 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어디로 보내야 하나?
그저 내려 놓을 수 밖에
(내가 다시 보낸 저주의 양) - (그 사람의 잘못) 만큼
정확히 빼고 남은 몫이 저주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독처럼 내게 번지는 분노의 화산도
고요히 바라보다 보면 작게 맴돌다 떨어지더라
남남이 우리가 되기도 하고
남남은 남남일 수 밖에 없는 관계, 그게 순리인 만남도 있다.
"내 감이 맞았다"
"조금 더 일찍 결단하지 못했다"는 후회의 파문 조차
조용한 점이 되어 사라질테니까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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