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길상호
병실에서는 TV까지도 환자다
500원 알약 하나를 받아먹고 나서야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네 얼굴
할머니들은 아픈 TV를 끼고 앉아
손자손녀 재롱잔치라도 보는 듯
식은 눈동자를 초롱초롱 되살린다
하지만 알약의 약발은 겨우 삼십 분
기다렸던 드라마 시작과 함께
TV는 미지근해진 심장을 끄고
다음 순번의 할머니가
뒤적뒤적 숨겨둔 지갑을 꺼낸다
빨리 되살리라고, 숨넘어가겠다고
재촉해대는 한숨 사이에서
바쁘게 알약을 찾아 TV에게 먹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밝아진 화면
잠시 또 어둠이 걷히는 병실
겨우 연장시킨 시간도 순식간이다
내일을 기약하며 드라마가 끝나면
기약 없는 내일이 침대에 드러눕는다
돈은 좀 들었지만 시간 잘 죽였다며
할머니들 아쉬운 잠을 청한다
-『신생』(2011.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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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먹으려는 자들이 하는 방법으로 이런 것이 이용된다
돈이 되는 것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돈 안 넣으면 못 먹게, 못 보게, 못 쓰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좋지
밖에서 하는 이야기 중에 돈 이야기가 대세다
돈은 필요하다
넘치지지도 말고 모자라지도 말고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돈에 목을 매는 사람이 많다
아주 나쁜 습관이다
죽을 때 못 가져 가는 줄 뻔히 알면서 그 욕심 내려놓지 못하는 심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병실에서 할머니들이 하는 유희 중에 TV에 돈 넣고 화면 보는 거, 그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즐겨보는 화면이 드라마다
그거 제때에 못 볼까 봐 목숨을 건다
화자가 그 돈을 알약이라고 한다
TV가 돈을 먹는 일이나 환자가 알약을 먹는 일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서로 교대로 돈을 넣어 즐긴다는 데서 남남 끼리 모여 지내지만
따뜻한 사랑 한 움큼은 나눌 줄 아는 이들이다
참 따뜻한 시 한 편 읽어서 오늘저녁은 푸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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