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상희구
곤고했던 한 생애.
마침내 자시의 위대한 소임을 다하고는
반구형(半球型)의 봉긋한 무덤 하나 남기다.
-시집『숟가락』(천년의시작,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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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물건은 쓰면 닳는다
엄청난 진리임에도 인정은 하면서도 크게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놋숟가락 하나만 봐도 그렇다
예전에는 나무숟가락 아니면 놋숟가락이 대부분이었다.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 가는 도구,
장을 떠서 맛이나 간을 보는 도구,
된장을 떠서 옮기는 도구,
누룽지를 끍어대던 도구로 쓰였으니
수만 번의 이용에도 그 닳은 흔적은 아주 미미하다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 흔적을 알게 되겠는데
마치 반구형의 봉긋한 무덤 하나가 날아간 느낌이다
닳아 없어진 부분은 자연으로 자연스레 돌아갔을 터
우리 집에 아직도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놋숟가락 하나 있다
지난 번 양상군자가 우리 집에 다녀갔을 때
패물붙이는 죄다 가져가고 놋숟가락은 잠겨진 문짝을 재끼는데 썼는지 휘여놓고 갔다
대충 나무망치로 두들겨 아직도 쓰고 있다만 유적 같은 것이다
곤고한 생애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우리 집 놋숟가락은 그 소임을 아직도 하고 있다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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