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四十)/ 나태주
1
이제부터는 내리막
비탈길이다.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하는 길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버리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2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것
갖지 못하는 것은
쓸쓸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걸
누리지 못하는 건
섭섭한 일이다.
더구나 남들이 다 버리는 걸
버리지 못하고 사는 건
답답한 일이다.
3
물은 흘러간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지며 흘러간다.
물은 울며 간다.
내가 버리지 못하는 것을
버리며 울며 간다.
그러나 물은
외톨이라는 점에서
나와 같다.
4
모든 사람으로부터 받는 찬사는
찬사가 아니다.
동지로부터 받는 찬사도
찬사가 아니다.
그것은 욕설이요 소음이요
낭떠러지로 가는 눈먼 길이다.
- 『빈 손의 노래』(1988, 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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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발끈할 뻔 했다.
하향길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오르막으로 갈라우?
이 나이에 보편적으로 취하고 있는 삶의 형식
남들 다 해 보는 것 해보라
대부분 권해 주신다.
간접적이지만 연애를 통해
혼인은 고여 있는 물이 썩지 않도록 휘저어야 하는,
흐르는 것보다 더 처절한 과정임을 알아버렸다
이러나 저러나 우리에게는
하기 싫은 것을 해야 하는 고통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인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고통이 앞을 가로막을 때
하던 일을 접지 않는 게 나이값이다.
지금부터 사십답게 제발!
한 번 떠났다 와서 버리기
또 떠났다 와서 또 버리기
좋아하는 것 버리기
다시 들여다 보고 싶지 않아서 방치한 것 버리기
세상사 크게 궁금한 것 없는
지금부터는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
수레에 채우느라 끙끙,
주변을 볼 수 없었던 때를 지나
내 탄생의 의미를 발휘키 위해
빠른 걸음으로 가야 한다.
'가진 것이 없다'
나태주 시인의 말만 가지고
버리면서
버리면서
채워봤자 다 못 채울 거
버리는 길로 걸음을 내딛는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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