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위선환
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 빛과 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 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
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 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
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 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
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 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
한 나무는 다른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
-출처 : 『서정시학』(2009. 가을)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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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누구에게나 다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침이 누구에게나 다 같은 긍정적인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누구나 아침을 맞이하지만 그 아침을 읽어내는 능력과 관찰력은 다 다르다
아침을 맞이하는 개인차에 따라 아침은 각각으로 각인되어 펼쳐지게 된다
화자가 ‘아침에’라는 고요와 가까운 어휘로 아침에 대한 여러 생각을 펼쳐놓지만
아침에 대한 화자의 각인된 의견만을 개진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읽게 된다
예를 들면 ‘풀벌레 울음소리’라고 했을 때
누구는 ‘풀벌레울음소리’라 쓰기도 하고
누구는 ‘풀.벌레,울음,소리’라 쓰기도 하고
누구는 ‘풀,벌,레,울,음,소,리’라 쓰기도 한다
그렇게 들었으니, 그렇게 읽었으니 그렇게 썼을 것 같다
다르게 들었거나 다르게 읽었다면 또 그렇게 썼을 것이다
기다려지는 아침이지만 아침은 아무래도 고요에 가까워서
고요에 다가가는 사람들의 심리적 행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화자는 고요에다 발을 딛고 고요에다 손을 짚고 고요에다 온몸을 디민다고 한다
어쩌면 화자가 아침과 섞이려는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아침과 동반한 세상의 모습은 한결 같으나
그 아침을 바라보는 생각은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마자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에서 끌어온 작은 소재를 보면서
시인이 짚어낼 보편적인 생각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숲에 가면 나무가 가지를 뻗어
나무 사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현상을 보고 보편적인 생각을 짚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시인의 역할이 아닌가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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