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전흥규
밭에 콩을 심으려고
흙을 고르고 돌을 걷어낸다.
서툴게 골라 던져보면 흙이다.
다듬어 두둑을 만들고 보면
고랑을 타고 선 돌이다.
돌이 스멀스멀 고랑으로 흘러내려
물길을 닦는 흙이 된다.
바람도 햇살도
이 밭에서는 두 몸을 담그고
억센 쇠비름도 한 발은 흙에
또 한 발은 돌에 묻고 산다.
밭은 내가 고른 살의 돌,
뼈의 흙이어서
씨앗들이 흐물흐물
돌 속에서 흙을 먹는다.
밭을 괭이로 내리찍으면
알뿌리처럼 콩밭에서 팥들이 나와
거친 풀숲으로 튕겨나가고
흙으로 있어도 돌로 있어도
이 밭에서 모든 씨앗은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지 않고는
일어서 나갈 수 없다.
- 『문장21』(201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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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픈 날, 몸바쳐 조카와 공놀이하다가
바짓자락을 밟고 허리와 엉덩이를 꽈당했다
곳곳이 쑤신다.
몸의 한계를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은
또 좋아하는 사람을 보는 것!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 이다
평탄한 밭은 없다. 깔리고 터지고,
먹히고 이탈할 가능성에도 흙 속에 버티어 있다
인내심 강한 낙엽이 녹아들고 비가 스며 준 바닥에서 흙과 돌을 고른다.
콩이었던 내가 스스로 밭을 못 일궜 듯
또 하나의 씨앗을 위해
다시 보슬보슬
서툰 두둑과 이랑을
더듬더듬 만진다.
시골 냄새
흙냄새
낙엽냄새
이 겨울에도 향기를 농축하는 매화 냄새
햇살에 탈 뻔한 나를, 흙은 두 팔로 덮고 있다.
바람에 흩어질 콩에게, 돌은 벽이 되어 주었다.
스스로 토악질이 났던 시행착오의 산물과
끈적이는 타인의 배설물을 견뎌낸
인내의 흙을 먹고 새싹이 난다.
씨앗이 현실을 거부하고 붕 뜨는 순간
싹도 끝! 본능적인 자정 작용 발동!
욕 나오려 하는 사람에게
신념을 내리찍기도 하면서 현실의 냄새를 맡는다
전흥규 시인의 밭에서!
무릎에 묻은 흙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나는 일어설 수 있다.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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