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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광현] 상처를 상으로 받아야 시인이지

문근영 2013. 8. 23. 15:49

상처를 상으로 받아야 시인이지

 

고광현

 

 

김경미 시인 문학상 받는 날, 예쁜 축하 화분이 왔는데요, 리본에 쓰인 글이 가슴을 때립니다

 

祝 受傷!

 

상처를 상으로 받으니 축하한다는 건데요, 세상 어떤 시보다 더 시적이더라고요, 가슴속에 죽비가 떨어지데요, 시인은 세상의 모든 상처를 한 상 받아내는 운명이잖아요

 

시인에게 상은 그저 아름다운 모욕이겠지요

 

 

 

-출처 : 시집『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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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표현 닮기

-고광현의 시 「상처를 상으로 받아야 시인이지」를 읽고

 

 시인 고명섭 님은 고광현 시인의 시집 서평에서 ‘정직한 슬픔의 노래’라는 주제를 달고 임철규 님의 글을 빌려와 ‘울고 있는 눈은 선한 눈이다. 그것은 악한 눈과 반대되는 눈물의 눈, 바로 윤리의 눈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눈물들이 고광현 시의 풍경들일까? 사뭇 궁금해진다. 고명섭 님은 고광현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의 첫인상의 포인트를 그의 눈이라고 했다. 그때 고 시인의 눈은 컸고 눈빛이 맑았다고 한다. 눈이 커 보이면 작은 체구이기 십상인데 그는 키가 크고 품이 넓었다. 그의 맑은 눈빛에서 너그러움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풍파를 겪다 보면 사람의 눈빛이 달라져 보이는데 세월이 지났음에도 고 시인의 눈빛은 다르지 않다고 했으니 그는 상처에 지지 않은 유일한 사람일 지도 모른다. 고명섭 님은 고 시인의 눈에서 ‘마음이 맑지 않으면 진보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읽었다고 했다. 그 만큼 시인이라는 자의식에 충만해 있었던 까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를 쓰는 동안 그는 시인이었고, 삶의 현장의 부름에 응답하느라 시를 쓰지 못하는 동안에도 그는 시인이었다. ‘나는 시인이다.’ 마음속에서 무수히 되뇌었을 이 한 마디로 그는 세월의 어지러운 유속을 견디었고 세상사의 닳아빠진 법칙에 맞섰다고 했다. ‘나는 시인이다.’ 이 조용한 외침은 그에게 ‘나는 시 쓰기의 정직함으로 산다’라는 내밀한 결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의 시「몸에 대하여」에서 왜 온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우는 것일까. 더는 ‘상처를 안고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가 깊어서, 밤이면 몸이 아프다고 울어대는 것이다. 그렇다. 울음의 기원에 상처가 있다. 그 상처가 시의 기원이자 원천임을 시인은 동료 시인의 수상식에 가서 축하 화분에 쓰인 “祝 受傷”이란 글자를 보고 죽비 맞은 듯 화들짝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세상의 어떤 시보다 시적이라는데 공감한다.

 

 시인이란 ‘세상의 모든 상처’를 자기의 상처로 받아들이는 자다. 그것이 시인에게 할당된 운명이다. 시인의 몸이 운다면, 그것은 세상의 상처가 지르는 아우성일 것이다. 그리고 상처는 먼저 시인 자신과 가장 가까운 것들에서 발견된다. 시인의 가슴 속으로부터 살아나는 추억에 묻어 있는 흔적, 특히 어머니의 흔적이 있다. 그 어머니는 내어주는 사람이다. 자식은 먹이고 자신은 굶는 사람으로 시 「정읍 장날」에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대단한 상처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그 상처를 승화시켜 맑은 눈빛으로 세상을 본다.

 

 그런데 시의 마지막 대목에서 ‘시인에게 상은 그저 아름다운 모욕이겠지요’라고 가정법으로 묻고 있다. 세상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시인이 받아야 할 상이 따로 없다. 세상을 향해 온몸으로 우는 것만으로 시인은 보상을 받은 것이고 거룩한 상을 이미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동의하시는지요?

 

-시인이자 한겨레 기자이신 고명섭 님이 쓰고 詩하늘에서 엮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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