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화문
고광헌
나는 졌고
너는 이기지 못했고
너는 물러났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고
모두 지기도 하고
모두 이기기도 한
-출처 : 시집『시간은 무겁다』(창비, 2011)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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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우리 모두뿐이다.
한 뿌리끼리 세월을 건너오면서 다툰 이야기다.
그 현장이 광화문 앞이다.
한데 모였으나 생각이 달랐고
밀고 당기는 사이 상처가 덧나서 오래 가기도 했다.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늘 상처 입는 쪽은 민중이었다.
사람의 역사를 사람이 바로잡으려 부르짖을 때
혼돈과 광폭과 시련과 애증이 뒤범벅이 된 채
한 동안 아팠다.
그 흔적도 깊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가
광장의 주인은 누구인가
모두가 주인이었는데
승자와 패자가 있을 리 없다
자발적인 참여와 강압적인 대립으로
물러나고 나아가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혼란이 가중될수록 아픔은 깊어갔고 어느 새 사그라졌다.
상처를 깁는 쪽은 언제나 그랬듯이 민중이었다.
스스로 다독이다 거대한 저항으로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역사 속에서는 되풀이 되는 일이 즐비했다.
이 썩어문드러질 일을 민중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맡았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아서 역사는 거꾸로 흐르기도 하고 가슴을 치기도 한다.
역사의 주인이 역사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운 것이다.
우리에게서 너를 도려내려는 시기와 음모나
우리에게서 나를 도려내려는 시기와 음모는 근사한 생각이 아니지 않은가
‘바로 세워 바로 나아가자’고 부르짖는 이 한 사람 없는, 아, 대한민국.
시는 참 위대하다.
몇 마디의 글로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오늘도 상상의 숲에서 놀게 된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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