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황소
고영민
눈이 온다
눈이 오는 산등성이에 황소가 묶여 있다
황소는 묶여 있고 눈이 온다
황소의 큰 눈을 닮은 눈이 황소의 새끼를 친다
눈은 그렁그렁 황소를 닮았다
울음소리를 닮았다
울음소리를 따라 황소를 닮은
함박눈이 온다
어미를 따라온 어린 눈이 황소의 등에 얹힌다
젖을 물듯 허공을 치받으며
눈은 오고
젖은 쇠방울 소리는 오고
황소는 묶여 온종일 잔등에 얹힌
제 새끼의
흰눈을 턴다
-출처 : 시집『공손한 손』(창비, 2009)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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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풍의 고즈넉한 시 한 편 읽는다.
또한 묵화 한 점을 감상하는 재미를 가진다.
함박눈-황소-황소 새끼-울음소리가 이 시의 주된 시어들이다.
이 시어들로 관계를 엮어가는 시인의 목가적 상상이 평화롭기도 하고 한편으로 아프기도 하다.
황소는 묶여 있고 눈이 온댄다. 그것도 황소눈을 닮은 함박눈이랜다.
그 함박눈은 울음소리를 닮았다고 한다.
어미를 찾는 황소 새끼의 울음소리에 맞추어오는 저 함박눈.
눈을 미쳐 피하지 못한 애처로움을 달래는 듯한 어미의 사랑 같은 함박눈.
역경 속에서 황소와 황소 새끼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설정해 주는 시인의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구속(묶인 황소)과 자유(황소 새끼)의 경계를 애정이라는 실타래로 버무린다.
제 새끼 잔등의 흰눈을 터는 묵화 한 점이 우리를 아리게 하지 않는가?
시를 읽는다는 건 온전히 개인의 마음을 드러내는 치부일지도 모른다
어설픈 모습이긴하나 함께 나누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면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참여하여 자신이 읽은 시를 나눈다면 시를 바라보는 재미가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권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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