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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정신] 이 그물을 어찌하랴 --- 시 쓰기의 어려움

문근영 2013. 8. 8. 14:15

 

 

 

이 그물을 어찌하랴

 

김정신

 

 

어쩌다 말을 만지는 자로 태어나

말을 다스리지 못하고

말을 건너지 못하고

다가오는 말에

혹은 내뱉는 말에 걸려 넘어진다

말에 걸려 울고 웃는다

 

불쌍한 우리네,

말을 태워버릴 수도 없고

나를 태워버릴 수도 없고

한 세상 건너가는

이 그물을 어찌하랴

 

말 앞에 엎드려

말의 현현을 겸손히 지켜볼 뿐이다

 

 

 

-출처 : 시집『이 그물을 어찌하랴』(문학의전당, 2008)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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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의 어려움

-김정신의 시 「이 그물을 어찌하랴」를 읽고

 

 이 시는 시 쓰기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이다.

 

 1991년에 등단하여 그 다음 해에 첫 시집을 내고 1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시인으로서 그간 얼마나 절치부심 하였는지, 자신과의 싸움을 어렵게 전개해 왔는지를 말해 주는 시이다. 이 정도의 세월이면 시집을 5권도 넘게 냈을 터인데 시인은 정말 조심스럽게,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가듯 내공을 다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예지도 많아져서 시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로선 “말 앞에 엎드려/말의 현현을 겸손히 지켜볼 뿐”이라고 하는 시인의 다짐에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사실 시인은 말을 만지는 자이다. 어쩌다 말을 잘 만져 스타덤에 오르면 평생 일류 시인으로 떠받쳐지는데, 그냥 즐겨 쓰거나 만지는 자들은 그냥 시인이라는 호칭만 들어도 겁이 난다. 그렇다면 스타덤에 오른 시인들이 쓰는 시들은 정말 말을 잘 만진 시들밖에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시집을 받아보거나 사서 읽어보면 시집 한 권에 괜찮은 시는 몇 편에 불과하다. 무명시인의 시도 괜찮은 시들이 참 많은데 클로즈업시키기에 참 인색하다. 신춘문예 시편들이 괜찮은 시여서가 아니라 참신한지, 말을 잘 만지는지, 기본이 되어 있는지, 주제와 소재가 잘 맞았는지 그 발전 가능성을 보는 것이지 시가 썩 좋아서 뽑는 경우는 드물지 싶다.

 

 등단이란 말을 잘 다룬다는 1차적인 인정인 셈인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디를 통해서 등단을 했던 부지런해야 한다. 말을 만지는 연습이랄지, 시인과의 교류랄지, 출판사와의 교류랄지 등등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죽어라 파고들다 보면 어느 날 빛을 보는 경우도 있겠으나 드물다.

 

 말의 그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읽었다.

 

-시인 이승하 님의 글을 빌려 詩하늘에서 엮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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