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
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
고 슬픔을 견디었을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7』(조선일보 연재, 2008)
(『맨발』.창비. 2004)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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