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 문정희
라스베이거스는커녕
장충체육관 링에도
한번 올라가 보지 못하고
동대문 시장 입구나
고속터미널 부근 쯤에서
잔주먹을 휘두르는
주먹쟁이로는 살지 말아라.
더운 코피를 닦으며
씽씽 새벽의 링으로 올라가거라.
처녀의 생간을 거기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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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이시다. 몇 년 전 먼 발치에서 뵌 적이 있다. 스토커처럼 사진을 모으는 성격이 아니라 얼굴을 몰라 뵈었는데, 오빠라는 시에 환장하던 내게 친구가 옆구리를 쿡 찌르면서 야 니가 좋아하는 저분이시다 이러면서 일러주었다. 그때 난 너무 좋아서 숨이 홀라당 넘어가는줄 알았지.
가까이 가서 사인을 부탁해볼까 했지만, 다른 시인의 출판기념회 뒷풀이 자리에서 요란을 떨기가 싫었다. 그저 얌전히, 링 위에 올라가 보지 못한 애송이답게,애송이들끼리 구석진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힐끔거렸을 뿐.
오늘은 오랫만에 습작시를 한 편 썼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써뒀던 습작시를 평해주신 분의 평을 다시 보았다.
그 때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게 없어 보였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곤 그 분의 평을 처음 읽었을 적보다 이해력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 정도. 그래도 내심 인정하긴 싫다. 여튼 몇 달만에 썼는데도 그 분의 지적이 고쳐지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그대를 담기엔 깊지 않다.
무더위를 식혀주기엔 가늘기만 하고 나무라고 하기에도 우습기 짝이 없는
푸르름이, 그 무성한 잎사귀가 부족한 한 낱 이름없는 풀 한포기다.
그냥 아직도 우리동네 양아치라는걸 스스로 인정하면서 씁쓸해 하던 찰나 이 시를 읽는다.
그래도 아직 슬퍼하기엔 이르지 않은가?
누군가 우리를 패자라고 부르기엔
뜨거운 간을 바칠 링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나저나 이 시는 다시 읽으면 협박문같기도 하다.
링 위에 올라오면 우릴 어떻게 하겠다는걸까 ㅡ,.ㅡ?
뒷골목에서 까불지 말고 링 위에 올라오면 죽여버리겠다? 허억!
그래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하나보다.
한방에 케이오로 나가 떨어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여튼 간 값은 쳐주세요.
영화 완득이 다시보러 가야지. 후훗.
2012.08.15 500원만줘보시지 손가락 광복절특사로 풀려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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