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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명선]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문근영 2013. 8. 9. 18:01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

 

조명선

 

 

기슭에서 산을 품는 흔들림 없는 나무가 되어

 

한적한 물가 가만가만 그늘 깊은 나무가 되어

 

천 년을

딱 한 사람만

기다리는 나무가 되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비바람에 엉키다가

 

처음처럼 기다리다 그 아픔에 혼절하고픈

 

꼭 한번

그러고 싶은

욕심 많은 나무가 되어

 

길가에서 만신창이로 온몸을 내주어도

 

한 가지씩 썩어 가도 따뜻한 눈물 되어

 

한 사람

가슴 적시는

그런 나무 되고 싶다.

 

 

 

-출처 : 시집『하얀 몸살』(동학사, 2010)

-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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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꿈이 사랑의 구체화로 들어나는

-조명선의 시 「그런 나무가 되고 싶다」를 읽고

 

 인간의 삶은 꿈과 절망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꿈을 꾸고 이루기도 하고, 또 꿈을 이루지 못해 절망하기도 한다. 조명선 시인의 꿈은 무엇일까? 시에서 제목으로 보조형용사 ‘〜싶다’를 쓴 작품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싶다’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나 욕구를 갖고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제목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꿈은 두 편이다.

 

 이 시는 시인의 꿈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나무가 되고 싶다’는 직설을 ‘사랑을 나누고 싶다’의 비유로 읽는다. 시인이 봐온 많은 사물들 중에서 나무가 가진 속성이 그가 꿈꾸는 사랑을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시인의 꿈이 ‘천 년을 딱 한 사람만 기다리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랑이 아픈 것이라도 천 년을 기다리는 그 사람이라면 아픔에 혼절하더라도 사랑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하여 ‘한 사람 가슴 적시는’ 그런 삶을 꿈꾸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꿈은 아름답다. 그래서 시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나 아닌 그 누군가의 가슴을 적시는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 마지막 수는 사랑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가지가 썩어 가도 등의 표현은 희생을 각오한다는 것이다. 희생을 각오하지 않고 어찌 사랑을 꿈꿀 수 있으랴.

 

 그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 시인은 시를 쓰고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은 인간의 사랑에 바쳐져야 할 것이다. 모두가 모두를 사랑하는 세상, 모든 것들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세상이 된다면 우리 삶에서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시인에게 그런 꿈이 있는 것이다.

 

-시인 문무학 님이 쓰고 詩하늘에서 엮음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가우/박창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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