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처럼,/ 박완호
그냥 변화구를 던져 줘, 라는 말보다
내게 커브를, 이란 말이
훨씬 매력적이란 걸
곧장 당신에게 달려왔어요, 라고
바로 들이대는 것보다는
어딜 좀 들러 오느라……, 하는
머뭇거리는 얼굴이
내 맘 더 깊이 파고든다는 걸
커브, 하고 말할 때면
어딘가 살짝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자꾸 빙빙 도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지쳐
잠시 쪼그리고 앉아 쉬는
네 흔들리는 숨결들
커, 커브라고,
내게 커브를 던져 줘, 라고 말할 때
네 혀 끝에 걸려 있던 바람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해 밀려오듯
그렇게 내게로 와 줘,
어디로 꺾일지 모르는
마음의 둥근 궤적을 따라
커브로, 커브처럼, 그렇게,
-시집『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서정시학,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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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직방'을 운운했는데
오늘은 '간격'과 '거리', '완만함'을 생각한다.
어디로 튈 지 몰라서 재밌는 사람보다
온화하여 지루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다가와서 여기저기에 좋은 듯 말하고 '급낙하'하는 관계보다
무심한 듯 한참을 지켜보다가 정성럽게 건넨,
편지같은 사이가 좋다.
지난해 난, 누군가 자기 신조를 밝히며
영웅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할 때
혹하여 들었고,
무협지 주인공이 펼치는,
현란한 말잔치의 끝은 파산이었다.
또, 내 마음부터 과하게 앞선 일은
'한 때'가 되어 버리거나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었다.
충동과 연합해 버린.
충동이 오늘도 손잡고 직진하자고 한다.
직선으로 교차해버리면 다시 못 만나는 경우가 많다.
살짝 속도를 늦추어 부드럽게 방향을 튼다.
'직'하면 '찍'!
-'커', '브' 에는 여운과 여백이 있다.
넓은 공간을 아우르는 느낌이다.
약간 모자란 듯! 바보같아야 사랑이 이루어진다.
포물선과 나선형의 커브로 휘감을 때
유전자의 그것처럼 관계의 복제도 이루어져 영원을 꿈꿀 수 있다.
'들이대는 것들'의 많은 언약! 짧은 추억이 스친다.
커브로 돈다는 것은 변덕과는 다르다.
'생각'이 '몸'과 만나고
'하늘과 땅'의 합일에 가깝다.
순리로 이루어진 '자연'의 곡선을
사랑하는 이에게 커브로 던진다.
-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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