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소리의 계보 / 안은주

문근영 2013. 8. 7. 13:45

소리의 계보 / 안은주

 


산새가 울고 있는 아버지 무덤에 가보고 알았다
소리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새 울음이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중력 때문이 아니라
잘 익은 소리의 무게 때문이다
새 울음이 공중을 선회하여 몇 바퀴 구르는 것도
몸 안에 웅크렸던 소리가
나선형을 그리며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소리는 새의 몸 어디에 고여 있었을까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저장되어 있던 울음은
숨구멍이 열리는 순간부터
어둠을 거슬러 온몸으로 뜨거워지며
부리 끝으로 가고 있었다
거기서 또 하나의 잘 익은 리듬을
익히고 다듬어냈던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울음이 서서히 말라가는 것도
소리가 빠져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울음과 공명 사이에 더 푸르고 탱탱한 소리를 채워
다시 태어나기 위한 것이다
소리는 따로 문패를 달지 않아도
태초(太初)부터 수억 년을 이어온 계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소리는 죽지 않는다
상여 소리를 타고 날아간 아버지는 죽지 않는다

 

내 몸이 새가 되고 싶은 것도
날개 보다는 소리의 비밀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탄생과 사랑과 죽음 속에 소리의 비밀이 있다

 

 


- 2011년 시산맥 신인상 당선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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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제재인 부모님은 연인 따위와 다른 숭고한 몰입을 주며
 삶의 또 다른 명제인 죽음, 곧 무덤과

산새 울음이라.......***.

 

 

나는 한 죽음 앞에서 제 정신이 아니게 울다가

이윽고 울 힘조차 빠져, 내 안에 내가 빠졌을 때

문득, 옆 자리에서 수천배의 슬픔에도 고요히 견디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지고 있는 노을이 보였고

말없이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새로운 붉음을 바라보았다.

노을과 함께 은은한 희망이 따뜻하게 차올랐다.

그 때 그녀와 나는 공감하는 사이가 되었다.

 

 

만약 화자가 산새의 우는 순간에

친구와 등산 중이었다면

소리의 깊은 비밀을 포착할 수 있었을까?

숭고한 몰입의 장소인 부모님의 무덤 앞에서

들리는 새의 소리는 신비였을 것이다.

산에 살아 산을 닮았을,

산새의 울음에서, 화자는 희망을 발견한다.

 


내가 어릴 때

증조모는 아흔 봄날, 여느 때처럼 곱게 씻고 잠이 드셔서

깨지 않으신 몸으로 꽃상여에 오르셨다.

죽음의 분위기보다

마당에 놓인 꽃상여꾼과

하얀 옷을 입은 가족들의 노래 선율만 남아 있다.

'듣는 것만으로 영원한 자유에 이른다'는 티벳말 '퇴돌'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이의 시신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울기 보다는

새가 부르는 나선형 그림처럼

'죽어서 산 이' 가 대자유로 날아 갈 수 있게
그윽히 노을을 바라보며 소리의 계보를 믿을 일이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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