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쥐가 내린다 / 민경대

문근영 2013. 8. 7. 13:45

쥐가 내린다

 

민경대

 

 

머리에 쥐가 내린다
머리에는 눈이 내린다
머리에는 흙이 내린다
머리에서 천국이 내리고
머리에서 지옥이 내리고
머리에서 사랑이 내린다
오늘밤 나의 머리에는 많은 상상의 물결로
폭포수가 겨울날 봄날처럼 내린다
쥐가 내리는 머리에서
아버지는 찬방에서 주무시고
나도 추운 얼음방에서 자면서
쥐가 내리는 머리속에서 많은 상상력의 물결을 친다

 

 

 

- 시집 『깨진 항아리』(시공장,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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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 머리의 주인인가?
엄밀히 말하면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방문,
지난 주부터  많이 바쁜 직장일과
삐치기 직전의 지인에게 할 도리,
마무리 못한 치아의 신경치료 등.......
아침에 벌떡 일어나 출근하고
머리에 쥐가 나려 할 때 퇴근한다.


나의 직장 주고객은 아이들이라서
할만하고 살 맛나는 일이며
그들과 교감할 때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다.

 

일을 위해 영혼에 양분을 주는 일은 꼭 필요하다.
패스트푸드같은 서너차례 '화살기도' 와 아쉬운 '시 읽기' 로 버텨도

가장 고요하고 기쁜 시간이다.
머리에서 천국이 내리고

자기 전엔, 꿈 속 천국을 위해 

긁적여 놓은 이미지를 그리며 잠든다.


머리로 지옥이 내리려 할 때도 있다.
'내 말이 맞고 당신 말은 잘못 되었다' 는 식으로

자신의 소리만 크게 내는 사람과 대화할 때,
거친 운전으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드라이버들.......
다행히, 지옥은 오래 맞대응하지 않으면 힘을 잃는 것같다.
 

머리에서 내리는 사랑은 관념에 그쳐
혼자 계시는 외할머니께 전화 드린 지, 한 달이 넘었고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난방이 안 되거나 습한 곳에 사는 이들을 잠시 떠올기만 했을 뿐......
제발 펄펄해져서 생각과 몸이 일치하고 싶다.

 

이 겨울에 봄날같은 폭포수가 내렸다.
어제 국회에서 4대강조사위원회가 출범되었다는 소식이다.

(자세한 야그는 생략)

 

세상 살면서 머리에 쥐가 내리지 않는다면 거짓말.
하얀, 각자의 눈이 내리고
시로 휘저어 녹이며
나와 타인을 위한 기도심을 가질 때,
내가 조금 더 수고할 때

잠시지만 천국의 향기를 맡는다.

 

내일 내릴 쥐를 대비하여 오늘 밤

상상이라는 실제를
많이 첨벙거려 놓을테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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