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질 나쁜 연애 / 문혜진

문근영 2013. 8. 7. 13:44

질 나쁜 연애

 

문혜진

 

 

이 여름 낡은 책들과 연애하느니

불량한 남자와 바다로 놀러 가겠어

잠자리 선글라스를 끼고

낡은 오토바이의

바퀴를 갈아 끼우고

제니스 조플린*의 머리카락 같은

구름의 일요일을 베고

그의 검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을 거야

 

어린 시절 왜 엄마는 나에게

바람도 안 통하는

긴 플레어스커트만 입혔을까?

난 다리가 못생긴 것도 아닌데

 

회오리바람 속으로

비틀거리며 오토바이를 몰아 가는

불량한 남자가 좋아

머리 아픈 책을

지루한 음악을 알아야 한다고

지껄이지도 않지

오토바이를 태워줘

바다가 펄럭이는

바람 부는 길로

태풍이 이곳을 버리기 전에

검은 구름을 몰고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

 

 

* 제니스 조플린: 27살에 요절한 여성 록가수.

그녀는 날것의 음성으로 노래한 최초의 여성로커였다.

 

 

 

- 시집『질 나쁜 연애』(민음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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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 생활 초입에

입사동기에게 깔깔거리며 여러 차례 했던 이야기!

넘버1,2가 현관을 나올 때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히피 머리에 가죽 상하의를 입은 채

담배를 피우다 바닥에 탁!

꼭 마지막 연기를 그들의 얼굴로 내뱉고

가죽 장화로 밟아 비비면서 끄는 장면을.

 

이 시의 아래까지 훑고

가슴 깊숙이 들어오는

脫의 시원한 바람.

 

만약 시를 읽고 있는데

창 밖에서

폼나는 이성이

빵 하고 멋있게 신호를 보낸다면

...............................하!

교통사고가 걱정되어서 나가지 않겠습니다.

아니 잠깐만

바퀴를 갈아 끼웠다고 했지?

과속하지 않는다면 타겠습니다.

불량한 남자라고요?

그럼 안 되는데

 

 

 

나에게는 이른 통금이 있었고

아빠 앞에서는 화장하지 마라시며

여성이 되어 가려는 딸을 헛기침으로 자제시키셨다.

아버지가 주신 긴 플레어 스커트

그 속에 숨어 있는 여시본능

 

멘토는 차라리

껍질을 깨고 나와

고개 몇 번 흔들고 단순하게 살으라는 충고를 하셨다.

비틀거려 봐야

아슬아슬한 사람을 품을 수 있나보다.

 

공부하지 마라고 하면 더 공부하고 싶은

작은 '脫'에서

이성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

거센 바람의 쓰나미까지!

불을 보고 날아드는 나방처럼

누군가

태풍이 떠날까봐 오매불망 쫓아가고 있다.

 

딩동!

지금

검은 구름이 창 밖에서

폼나게 클랙션을 울린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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