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매혹된 길/ 김승희

문근영 2013. 8. 7. 13:43

매혹된 길


김 승 희

 


한밤중에 목이 말라
문득 불을 켜고 부엌으로 나가지,
너절한 부엌바닥 위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들이 기어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난 문득 맨발을 움츠리며
부엌바닥을 응시하네.

검저어콩 한 개, 파 반 쪽, 멸치 반 동강들이
떨어져 있는 모노륨 바닥 위로
열심히 손발을 바들바들 저으며
기어가고 있는 것들.
모세를 따라가는 엑소더스처럼
반짝반짝 귀기(鬼氣)를 발하며
무엇을 구해 기어가고 있네,
내 발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어디로 가는가, 너희들.

부엌 귀퉁이
싱크대 바닥에 감추어둔
바퀴 오라오라 향기를 향해
열심히 손발을 저으며 기어가는 것들
바들바들 떨면서
어서 가자 가자고 나에게 손짓하는 듯하네.

 

 

 

- 시집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세계사,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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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갈색 옹기 위에서 '서걱!'하더니

지네달팽이!같은

 

신종의 곤충인지?

빈 달팽이 집 속에 지네가 들어있었는지는?

신기하고 강렬하여 시의 제재로 메모해 두었다.

 

올 봄으로 돌아간다.

매화를 보고 온 그 날

언니 집에서 야식을 할 때

입담 좋은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는 순간

언니 뒤쪽에 매화가 펼쳐졌다.

 

천국같은 뒷배경을 참지 못하고 말하니

그런 말을 몇 번 겪은 언니는

그러려니 한다.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라도

나의 뇌에 깊숙이 있는 게 나를 지배하는가?

그래서 나는 가끔 축지법을 쓰고 싶다.

경주 삼릉을 거닐고플 때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볼 수 있는

 

지네 달팽이를 따라가면

미얀마의 파고다 행렬이,

인도의 갓트가!

고개 들면 티벳 하늘로

엑소더스할 수 있을까

 

 

너에게 가기까지의 과정은 중요하지 않을 만큼

달려가고픈 그 무엇이

김승희 시인도 그 시절 없었던 게다.

 

최근 접한 김승희 시인의 시

오늘은<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 냉장고 근처 멸치>에 관한

작지만 큰 고민!

이 고마운 시의 행렬을 따라가 본다.

 

 

여러분도 집에서 발견한 곤충 따위, 아니 더 하찮고 큰 무엇이 있는지?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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