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치과에서 / 김상현

문근영 2013. 8. 7. 13:44

치과에서 / 김상현

 

 

마취된 내 입술 속에
서른두 개의 이빨이 갇혀 있네

수년째 앓이하던 사랑니는 빼버리고
구멍 뚫린 어금니는 메워 버리고
뿌리째 썩어버린 이는 신경을 죽여버리고
아직은 그런대로 쓸만한 것은 추스려
내 남은 인생의 입맛을 보려고 하네

내 한날을 잡아
마음을 이처럼 마취할 수 있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수년째 가슴앓이 하던 그리움도 빼버리고 싶네
애잔한 추억의 빈자리도 이제는 메워 버리고 싶네

갈고 닦을 이가 더는 없이
잇몸만 남는다 해도
잇몸만 드러내 놓고 웃을 수 있는
아픔 없는 날들을 위해 이제는 결단해야 하네.

 

 

 

 

- 시집『노루는 발을 벗어두고』(시와 시학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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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치과에 간다.

떼워 넣은 금이 떨어지고 5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안 갔다.

 

입을 이용하여서 많은 것을 한다.

말도 하고

음식도 먹고

웃기도 하고

여인들은 립스틱으로 얼굴의 분위기를 낸다.

첫 키스의 날카로운 추억에서 애정표현까지

 

손, 눈, 발, 심장, 신체 어느 기관인들 쉬는 게 있을까마는...

 

입은 음식이 들어가고

말을 제조하고

사랑을 표현하며, 그 안의

이는 음식을 씹는 데 주로 이용된다.

그것의 수고와 고마움을 생각하며

오늘 오후에는  두 번 정도 이를 쓰다듬어 주고

즐겁게 치과에 가야겠다.

 

 

와장창 깨진 그릇은 버려야하고

이의 신경은 손상이 가면 깨끗이 차단해야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좋지 않은 게 끼었을 때

계속 두면, 골이 커지고 회복이 더 힘들게 된다.

 

아직 신경이 살아 있는

오른쪽 아랫니 하나

할 도리 못하고 있는 어른 두 분

왼쪽 아랫니 하나, 웃니 하나

생각만 하고 실천 못한 사람들

간단한 치료나 치석제거, 스켈링 할 일이다.

 

사람 사이사이는 신이  마취해 주니 행동으로 옮기고

치아는 병원에서 마취해 줄 터, 즐겁게 가야겠다.

 

- 김선아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김선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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