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스크랩] 반달-산시19/이성선

문근영 2013. 8. 6. 12:48

반달 /이성선

-山詩·19

 

 

반은 지상에 보이고 반은 천상에 보인다

반은 내가 보고 반은 네가 본다

 

둘이서 완성하는

하늘의

마음꽃 한 송이

 

-『이성선 전집』(서정시학, 2011)

 

시집 󰡔산시󰡕는 산 속에서 느끼는 정취를 노래한 54편의 연작시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이 시처럼 깔끔한 단시가 많다. 특히 ‘반(半)의 미학’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이 시는 우주적 상상력으로 반달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불어넣었다.

 

산 위에 오련히 솟아 있는 반달, 반은 빛이요 반은 어둠인 존재. 지상에 얼굴을 내비친 반쪽은 내가 보는 쪽이요,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반쪽은 천상에서 보는 쪽이다. 그렇게 지상의 나와 천상의 네가 서로 눈 맞춰 함께 볼 때 반달은 하늘의 꽃 한 송이처럼 온전한 하나의 존재가 된다.

 

선창에는 있는 대포 구멍 같은 동그란 유리 창문처럼, 반달은 지상과 천상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반만 열린 유리창과 같다. 그 반만 열려 있는 빛의 창을 통해서 지상의 나와 천상의 너는 서로의 따뜻한 시선으로 꽃 같은 마음을 주고 받는다. 마치 반으로 나뉜 동그란 거울을 합친 것처럼, 두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반은 둥근데 반은 이지러졌거니

뭇 별들 초롱초롱한데 밤빛을 다투네.

둘로 나뉜 거울 한쪽은 어디로 날아가

따로 어느 하늘에서 홀로 밝히는고?

(半缺半輪影不成 衆星磊落暮光爭 鏡分兩段雙飛去 別有何天一片明)

-이홍미, <반월>

 

조선시대에 씌어진 이 한시 또한 반달에 대한 독특한 시적 세계를 전해준다. 둘로 나뉜 거울 같은 ‘한쪽 반달’은 어디로 날아가 다른 하늘 한편에서 홀로 비추고 있는가라고 읊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한쪽 반달은 정녕 어느 하늘로 날아가 홀로 비추고 있는 것일까?

 

이 시가 여덟 살 사내 아이가 쓴 시라는 것을 알고 나면, 이 기발한 상상력이 아이의 천진한 마음의 세계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사물을 자기 마음의 프리즘으로 비춰볼 수 있는 힘, 그래서 미지(未知)의 드러나지 않는 세계를 조망해볼 수 있는 것이 시의 미덕일 것이며, 그런 미지의 눈을 뜨고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이가 시인일 것이다. 이성선의 반달 또한 그러한 천진무구의 눈과 마음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으리라.

 

우리 영혼도 한쪽은 지상에 있고, 한쪽은 천상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늘 서로를 찾으며 홀로 헤매이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꿈도 반쪽은 하늘에 있고 반쪽은 땅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늘 인생의 모든 여정에서 그 꿈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도 반쪽은 내 안에 있고, 반쪽은 네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반쪽이 빈 가슴으로 늘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은 둘로 나뉘었던 마음이 꽃처럼, 거울처럼 온전한 하나가 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리니…….

 

내 죽어서도

너를 바라보기 위해

저승 쪽으로는 고개 돌리지 않고

이 세상 향해 서리라

-<초승달2>

 

여기에 초승달을 노래한 이성선의 인상적인 시 한편을 더 부기한다. 천상과 지상의 시선 사이에 있는 반달, 저승과 이승의 염원 사이에 있는 초승달, 그리고 반은 내 안에 반은 네 안에 있을 그리움 사이의 사랑, 끝없는 미지와 꿈들 사이에 놓여있는 오묘한 우리들의 삶, 또 그 속에 숨겨져 있을 내 영혼의 잃어버린 반쪽을 생각해 보며.

 

 

-이성선 시 읽게 에세이, 김주수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취루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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