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도를 지나며
이 세 기
산마루에
흰 구름이 걸려 있다
산마루 넘는
흰 구름 어디로 가는가
저만치 홀로 흘러가는 쪽
저쪽이 바로 누이가 사는 고향이라며
황해도 연백에서 왔다는 할배가
배연신굿을 하는 애기무당 누이를
이제껏 보지 못했다고 눈시울을 훔쳤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다니며 소를 사러 다닌다는
곰보얼굴 소장수의 고인 눈망울에 흰 구름이 흘러나왔다
박대 굽는 저녁
저녁입니다
고요히
내리는
하루가
골목에
물든
초생달이 뜬
저녁
칠산*을
떠돌던
고깃배가
들어왔는지
박대 굽는
냄새
옹기종기
저녁
밥상에
옹기종기
저녁 밥상에
* 칠산(七山) : 전남 영광 앞바다.
- 이세기 시집 『언 손』(창비, 2010. 9)
- '고향이 있는 문학'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덕적군도' 같은 시에서 드러나듯
고향 사람들을 바라보는 이세기 시인의 시선은 각별히 따듯하다. 그의 시에 관해
서는 일찍이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던 오래 묵은 삶의 풍경이 시적 새로움을 획득
하는 경탄"(박영근 시인)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가 있어왔다. 이번 시들도 '먹염바다'
한가운데서 용솟음치고 있는데, 어지간히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걸맞게 그의
언어는 호사롭지 않다. 차라리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린 그림같이 진지하고도 담백한
인상을 준다. '생업' '이작행' '덕적군도' '바닷가 집' 처럼 간결하고도 아름다운 시편
들과 함께 '굴업도' 같이 호흡이 긴 시에서도 그의 시적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이 풍요로운 시대에 오래된 가난 이야기가 어떻게 참신한 시적 새로움을 획득하는지
그 비밀스러운 경지를 훔쳐보는 즐거움이이 시집에 있다. - 정희성 시인 (표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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