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콩나물국밥 먹으며
문 충 성
설렁탕을 먹거나
선지해장국을 먹거나
육개장을 먹거나
아픈 사람으로 보인다
황태콩나물국밥을 먹으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아는 이
아무도 없다
얼굴 표정에서 서로 다른
걱정거리들 바라본다
숟가락 내던지며
싸우는 젊은 부부도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모두
아픈 사람들
나도 아프다
위 시술해 영양 주사로 끼니 때우는
아내 병실에 혼자 두고
병원 식당 한구석
나도 혼자가 되어서
유리창 너머
만상을 바라본다 두리두리
만상은 아파 보인다 후루룩후루룩
황태콩나물국밥 먹으며
- 문충성 시집 『허물어버린 집』(문학과지성사, 2011. 8)
** 주말에 읽기에 좀 어두운 시인가요. 그래도 지금은 12월, 송년의 시간들에 생각하고
돌아보아야 할 이웃들, 나도 그러한 때도 있었고, 또 누구나 그런 때가 있는, 아프고
쓸쓸한 시간들을 지금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을 헤아려 보는 일이
더구나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자리여야 할 것 같아서, 전에 읽고 귀퉁이 접어
두었던 시, 용기내어 올립니다. 함께 읽고 싶어져서요...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꽃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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