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마을
권예자
서점에서 시집을 고른다
황지우 시인은
흐린 날의 주점에 앉아 있고
이가림 시인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물방울 같은 이름 부르고 있다
서정주 시인은
저승에 가서도 국화 옆에 서 있고
김영석 시인의 썩지 않는 슬픔은
고향 살구나무 아래 조용히 묻혀있다
오라, 거짓 사랑아 하며 나를 반기는
문정희 시인
물이 좋아
박명용 시인의 강물에 손을 담그다가
저물 녘 아쉽게 시인의 마을을 나서니
김완하 시인의 길은
모든 마을에 닿아있다
언제쯤 나도 한 번
내 문패 버젓이 달고
이 마을에 들어서게 될까
슬그머니 마음이 발 돋음 하는
겨울 어느 날 오후
- 시집『숲이 나를 보고』(푸른사상, 2006)
출처 : 시하늘
글쓴이 : 비매飛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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